◎“북측은 남측 「자유의 바람」경계 남측은 북서 「남침」꾀한다고 불신”/연총리/거듭만나 신뢰 쌓으면 불신 녹일수가/강총리/통일은 먹거나 먹히는 문제 아니고/연총리/하나의 땅덩어리에 두명의 총리라니/북기자/남쪽 잘 살지만 우리는 주체사상대로/북기자3박4일간 서울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 참석한 북한대표단 90명중에는 20여명을 제외한 70여명이 남녘땅을 처음 밟은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낯선 서울땅에서 그들이 사용한 「말」중에는 북쪽의 대남시각과 그들의 내부사정을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적지않다.
그동안 회담장겸 숙소인 인터콘티넨탈호텔등 서울의 곳곳에서 남과 북의 인사들이 나눈 대화를 주요사안별로 대조해 오늘의 남북을 조명해본다.
○…강영훈총리,연형묵정무원총리등 남북인사들은 통일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공동인식을 피력하면서도 방법과 수순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분단의 사슬을 끊고 통일을 실현시킬 사명이 누구보다도 우리세대에게 주어져 있다(강총리 4일 만찬사)
▲시작이 없으면 결실도 없다. 시작한 용기는 항상 추진의 근원이 된다. 우리가 거듭 만남으로써 신뢰를 쌓게 되면 골깊은 불신의 벽을 녹일 수 있는 온기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민족내부에서 평화와 통일을 하루속히 이룩해야 한다는 강인한 의지와 뜨거운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세차게 일어나고 있다.(강총리 5일 1차회담 인사말)
▲갈라진 민족이 하나로 결합되고 끊어진 국토가 하나로 이어지며 온겨레가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면서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웅비해야되겠다는 것은 7천만 동포들의 한결같은 염원이며 소망이다(〃)
이에 반해 북측인사들은 표면상 적극적인 통일의지를 보이고 있는 듯하나 접근방법에 독특한 논리를 펴면서 구사하는 용어도 사뭇 전투적이었다.
▲조국통일문제는 누구를 먹거나 누구에게 먹히우는 문제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북과 남이 하나의 민족으로 단합을 이룩하는 문제이다.(연총리의 5일 1차회담 기본발언)
▲우리는 통일문제 해결에서 주관주의를 범해서도 안되고 남을 모방해서도 안되며 우리나라의 현실에 기초해야 한다.(〃)
▲북측은 남측에서 이른바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어 「승공통일」을 하려한다고 생각하고… 남측은 북측이 「남침」이나 「적화전략」을 꾀하고 있다고… 서로 불신하고 있다.(〃)
▲우리는 다같이 손잡고 7천만겨레가 함께 복락할 자주적이며 평화로운 통일조국을 빨리 일떠세워야 한다.(북측대표단 안병수대변인 도착성명)
○…이번 남북고위급회담에 임하는 양측의 기본입장과 자세도 겉으론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만 북측의 경우 국제정세와 세계여론을 의식,마지못해 회담에 응하고 있다는 인상이 적지 않았다.
▲남북고위급회담이 분단의 멍에를 벗고 통일장정의 빛나는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강총리 4일 환영만찬사)
▲쌍방당국은 마땅히 대결이 아니라 화해의 자세로,적대가 아니라 협력의 정신으로 민족내부갈등과 분열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강총리 5일 1차회담 기조연설)
그러나 북측은 상호신뢰조성 및 관계개선에 역점을 두기보단 기존의 대남관계 및 연방제국가 건설을 내세웠다.
▲우리는 통일문제를 먹고 먹히우는 방법이 아니라 북과 남이 서로다른 사상과 제도를 그대로 두고 연방국가를 창립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연총리 4일 만찬답사)
▲하나의 땅덩어리에 총리가 두명 있을 수 있겠는가. 「남북총리회담」이 아니라 「남북고위급회담」이다.(민주조선기자)
특히 지난 5일 1차회담에서 남북양측총리가 주고받은 인사말을 보면 얼핏 신중론을 개진한 것 같으나 그 이면에는 쌍방이 「통일문제」에 관해 동상이몽임을 입증하고 있다.
▲배가 천천히 잘 가야지,사공들이 덤비면 뒤집히는 수가 있다(강총리)
▲한배에 여러사공이 이리저리 가자고 하면 통일의 길이 오래 걸린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하늘로 올라간다.(연총리)
○…이번 회담에서 북측인사들은 한결같이 북한체제가 우월하다고 선전하는데 치중했으며 우리정부 및 한국실정에 대해선 가급적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시각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우리는 공화국에서의 정치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정치라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위대한 주체사상과 주체사상을 구현하여 건설된 우리의 사회주의제도 그리고 위대한 령도자를 중심으로 반석같이 다져진 전체인민의 통일단결은 우리공화국의 밝은 전도를 계속 믿음직하게 담보할 것이다.(연총리 5일 1차회담 기본발언)
▲북남사람들은 그동안 서로 이방인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남에 와보니 땅도 나무도 모두 똑같아 한민족ㆍ한핏줄임을 새삼 느꼈다.(이광진 로동신문논설원)
▲남조선이 잘사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주체사상대로 살 것이다.(민주조선 김상현부국장)
▲남조선은 교통과 기자들이 무질서하다. 떼거지로 몰려 인해전술하는거냐.(로동신문기자)
▲내가 주는 담배피우면 국가보안법에 걸리지 않느냐.(박영상 통일신보기자)
▲음식은 이미 남북이 통일돼 있는 것 같다.(북측수행원)
○…북측사람들은 이번 회담기간중 한국의 발전상과 북측내부사정에 관해선 종전과는 달리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정무원기관지인 민주조선의 안복만부주필이 『북조선에서는 오는 95년에 통일하는 것을 목표로 투쟁하고 있다』고 설명한 대목은 주목된다.
북한측 사람들은 대체로 『통일의 주체는 당국이 아니고 민중』이라고 은근히 우리정부의 창구단일화를 겨냥했지만 『북과 남이 서로 양보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과거와 다른 일면이었다. 더욱이 남북대화사무국 김형기대변인이 이날 『그동안 남북 쌍방의 제의와 발언은 실천보다 조건만을 내세웠으나 이젠 서로간에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발상과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북측의 「상호이해」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