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회담이 2차 회의를 끝으로 폐회된 후 양측 대변인인 홍성철 통일원장관과 안병수 조평통 서기국장은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회담결과를 설명했다.두사람은 호텔 2층의 우리측 기자실에서 가진 회견에서 『양측 당국자간에 대화의 길을 텄다는게 큰 성과』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회견은 회담이 끝난 직후인 하오 2시께 열릴 예정이었으나 양측 연락관 접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하오 4시로 예정된 북측 대표단의 청와대 방문일정이 잡혀있어 하오 6시로 연기된 것.
또 공동회견이나 합의문 낭독형식을 취하려 했으나 뚜렷한 공동발표 사안이 없어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고 우리측 관계자가 설명했다.
◎남측 대변인 홍성철장관/양측입장 첫 제시 의미/유엔 단독가입 추진 보류된 것
▷우리측 회견◁
홍장관은 회담의 의의를 3가지로 요약했다.
홍장관은 우선 『분단 45년만에 책임있는 당국자가 회동했다는 그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고 두번째로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명확한 각자의 입장을 제시했다는 점을 들었다. 홍장관은 또 『그동안의 남북회담은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찾으려 한데 반해 이번 회담은 공통점을 추출하고 차이점을 좁히려한 진지함이 돋보였다』고 강조했다.
홍장관은 『북측이 회담 성사를 위한 원칙으로 자주ㆍ평화ㆍ민족대단결을 제시했고 선결조건으로 한국의 유엔 단독가입 및 팀스피리트훈련 중지 그리고 구속자 석방을 제안했다』고 말하고 우리측은 상호 비방금지ㆍ내정불간섭 등 8개항의 기본합의서 채택을 제안했다고 소개.
홍장관은 『북측의 3원칙이 우리의 8개항에 포함된 것이어서 기본합의서를 채택하자고 했으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
홍장관은 이어 북측의 유엔 단일의석 공동가입 주장에 대해 『북측이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나오면 다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며 우리의 입장이 「유연한」것임을 시사했다. 북의 팀스피리트훈련 중단요구와 관련,홍장관은 『70년부터 정기적으로 하고 있으며 작년부터는 북에 통보까지 해왔다』면서 『당장 중지하라는 제의는 무리』라고 부연.
다음은 일문일답의 주요내용.
유엔 가입문제를 별도회담을 통해 다룰 것인가.
『구체적인 실무절차는 확정되지 않았다. 책임연락관이 접촉해 이 문제를 다룰 담당자와 장소ㆍ시기를 결정할 것이다』
군사공동위 설치문제도 논의했다.
『양측의 감이 조금 달랐다. 평양에서 논의될 것으로 본다』
유엔가입ㆍ이산가족문제에 남북 당국이 합의했다고 보는가.
『유엔문제는 추후 논의키로 했고 이산가족 문제는 적십자회담을 조속히 열어 다루기로 했으니 합의됐다고 본다』
유엔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이 북측의 단일의석 공동가입에 긍정적이란 의미인가.
『꼭 그렇지 않다』
유엔 가입문제를 북측과 협의하겠다는 것은 우리측이 추진하고 있는 유엔 단독가입을 잠시 보류하겠다는 말인가.
『보류나 유보로 해석할 수 있다』
◎북측 대변인 안병수국장/「협의사항」은 일단 압축/교류전 미군 철수등 논의 필수
▷북한측 회견◁
북측 안병수 대변인은 『지금까지 북남 당국은 사실상 단합된 통일의 주체였다기보다 북남대결의 당사자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라고 말한뒤 『따라서 이번에 서울서 열린 북남 고위급 1차회담에 그 어느때보다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회견을 시작.
안대변인은 그러나 『쌍방의 입장과 방안에 대해 서로 본질적이라 할 수 있는 견해차가 있었다』고 주장.
안대변인은 『조선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쌍방이 군축과 미군 및 핵철수가 논의돼야 한다』며 『이 문제를 제쳐 놓고는 회담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주장.
안대변인은 『남측이 「2개국가간… 」이나 「내정간섭」등의 용어를 사용,현실고착과 분열유지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며 『정치ㆍ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에서 어떻게 교류협력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
안대변인은 회견 말미에 이번 회담의 성과를 ▲북남 고위급회담이 열려 당국자가 폭넓은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 ▲특별한 합의는 없지만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개진,앞으로의 회담에서 진전시켜야 할 사안이 무엇인가가 분명해졌다는 점 등이라고 주장.
다음은 북측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내용.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보는가.
『다시는 북남대화가 중단돼선 안된다는 회피할 수 없는 절박한 인식 때문이다. 민족에 대한 사명감 때문이라 하겠다』
우리측은 내달 평양회담때 경제협력문제와 이산가족문제를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는데….
『적십자회담 재개문제는 우리도 인도주의 입장에서 다방면으로 제기하고 있다. 경제협력문제도 전반적인 차원에서 당연히 협의해야 한다고 본다』
홍성철 통일원장관이 유엔 단독가입을 사실상 유보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우리측이 단일의석으로 가입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했다. 방안은 얘기할 수 없지만 분명하다. 대표접촉을 통해 의견을 좁히기도 했으니 남한이 단독가입은 보류하리라 믿는다』
단일의석 가입방안을 밝히지 않는 것은 대표간 논의로 시간을 끌어 우리의 단독가입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유엔문제는 통일이익과 민족이익을 위한 것이다. 바로 그같은 오해를 없애기 위해 이렇게 대화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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