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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리는 것들/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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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리는 것들/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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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열린 남북총리회담을 지켜보면서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을 몇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북한에서 온 사람들의 언동부터 먼저 살펴보면 우선 연형묵총리가 강영훈총리를 부르는 호칭이 거슬리게 느껴진다. 강총리는 공사석상에서 모두 「연총리」라고 깎듯이 예의를 지켜 부르는데 연총리는 언제나 「강선생」이나 「수석대표선생」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강총리도 이를 참다못해 「연선생」이라고 한번 대응하기도 했지만 상대방이나 남한 사람들이 불쾌하게 생각하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다. 남북한 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고위급회담이라는 것을 연총리도 잘 알고 있을 터인데….또 노태우대통령의 오찬초청제의를 사양하고 그보다 짧은 면담을 선택한 것도 우리로서는 이해가 안간다. 남한 사람들이라면 북한의 최고지도자들을 가능한한 장시간 만나 얘기도 들어보고 하고 싶은 얘기도 털어놓고 싶어할 것인데 반대로 그런 기회를 기피하려는 태도는 우리에게 이상하게 느껴진다.

산업시설안내 제의를 사양했다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남한에 온 이상 무엇이든지 많은 것을 보고 싶어하는 욕심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떠들썩한 남한의 경제발전에 대한 실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호기심에서라도 현장안내를 받을 만한데…. 보지 않아도 더 잘 안다면 별 문제이지만.

그리고 회담장이자 북한 대표의 숙소인 인터콘티넨탈호텔에 따로 마련된 별도의 북한 기자실에 남한 기자들의 접근이 금지된 것도 공개위주성향의 우리 기자들에게는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것들은 남한 사람의 눈에 거슬리는 북한 사람들의 언동이었지만 남한 사람의 눈을 거슬리게 하는 남한 사람의 딱한 언동도 없지 않았다.

북한 대표단이 서울에 오던날 일어난 교통사고는 불의의 사고라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치자. 인터콘티넨탈 호텔 앞에서 대학생들이 시위를 하고 시위대학생들을 경찰이 연행하는 것을 북한기자들이 취재하려 하자 이를 방해한 사복경찰의 태도는 분명히 잘못한 것이다.

시위진압은 회담장의 치안질서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하더라도 북한기자들의 취재활동을 방해한 것은 과잉단속이었다.

그리고 전민련이나 전대협 대표들이 북쪽대표들을 만나겠다고 회담장앞에서 시위를 하는 장면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부가 지난번 북한에서 선별초청하는 단체 개인에 대해서도 방북을 허락하겠다고 한 이상 그들에게 방남한 북한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닐 것이다.

정부당국의 공식승인하에 정부가 허가한 장소에서 북한사람들과 만나게 하는 형식이라면 정부의 권위나 체면에 손상을 주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재야단체 인사들이 북한사람들과 만나서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그 현장을 국민들이 직접 보고 판단하게 하는 것도 통일에 대한 이견을 좁혀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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