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대통령 “분단45년 세계에 부끄러워”/「청와대접견」 1시간 녹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노대통령 “분단45년 세계에 부끄러워”/「청와대접견」 1시간 녹음

입력
1990.09.07 00:00
0 0

◎“북방정책 북 고립의도 아니다/구속자 북측보다 내가 더 사랑”/연총리 “주석이 안부… 막상 만나니 더 통해”노태우대통령은 6일 하오 청와대 소접견실에서 연형묵 북한총리와 18분간 개별요담한 데 이어 대접견실로 자리를 옮겨 연총리를 비롯한 북한 대표단을 40분간 접견했다. 노대통령이 북한 김일성주석에게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으로 보이는 개별회담엔 강영훈국무총리 김종휘외교안보보좌관,북한의 최봉춘책임연락관이 배석했으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 대표단을 함께 접견한 자리엔 이수정청와대대변인이 배석,노대통령과 연총리가 나눈 얘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통일 출발점 기대”

▲노태우대통령=온 국민과 함께 대표단을 환영하며 특히 청와대를 예방해줘 반갑습니다. 이번 역사적 회담에 국민적 관심이 얼마나 높은 가는 우리 언론보도와 사설을 봐도 알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어떤 문제든지 다양한 의견을 표시할 수 있고 정부를 비판할 수 있으나 이번 회담에 관해선 모든 언론사설이 한결같이 환영과 결실을 기대하는 논조를 폈습니다.

이는 민족통일에 대한 온 국민의 여망이 한결같다는 것을 얘기합니다.

여러분은 역사적 회담으로 이제 45년동안의 분단을 종식시키고 영광된 내일을 여는 거대한 출발점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판문점을 넘어올 때 연총리가 『45년 넘지 못한 길을 너무나 쉽게 넘었다』고 말한 것도 신문서 읽었는데 남북이 서로 오가고 자주 만나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고 안될 일도 없을 것입니다.

반만년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우리가 통일을 우리 세대에 해결하지 못하면 민족사에 엄청난 죄를 짓게 될 것입니다.

판문점에서 서울까지는 1시간이 채 못되는 거리입니다. 교통이 복잡해서 입경하던 날 교통사고가 났다고 해서 깜짝놀라고 걱정했습니다. 몇 분 다쳤다는 데 어떻습니까.

○“따뜻한 영접에 감사”

▲연형묵총리=괜찮습니다.

▲백남준대표=일없습니다.

▲노대통령=자유롭게 얘기해 보십시다.

▲연총리=대통령께서 귀중한 시간을 내 따뜻하게 저희 대표단을 맞아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경애하는 주석께서 노대통령과 만나면 안부를 전달해 달라는 말씀의 위임을 받아 이 자리에서 주석님의 안부를 전합니다. 일행을 대표해 대통령께 인사드립니다. 이번 고위급회담이 열린 것은 북과 남의 합의에 따른 것이지만 경애하는 주석님의 결심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주석께서는 건강하시며 공장이나 농장같은 곳에 많이 나가 인민들을 자주 만납니다. 김주석은 7ㆍ4 남북 공동성명에서 표명된 통일의 3원칙,즉 자주,평화,민족대단합에 따라서 통일을 추진하길 바라고 있고 북과 남이 제도가 다르지만 다른 제도를 지키면서 통일할 수 있는 길이 연방제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김주석은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해선 안되고 평화적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번 서울에 올 때에도 45년 만에 처음 열리는 고위회담인 만큼 회담을 아끼고 이 회담을 통해 통일의 어떤 전제가 마련될 수 있도록 김주석은 당부했습니다. 막상 남에 와서 남대표와 얘기하다 보니 인간적으로 더 가까워지고 통하고,자주 만난다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설록차 들며 화기애애

▲노대통령=오늘 나온 설록차가 전남지방서 재배된 것인데 혈액순환에도 좋으니 차들고 얘기합시다.

▲강총리=혈액순환뿐 아니라 남북순환에도 좋았으며 좋겠습니다.

▲노대통령=김주석 안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이번 회담을 보니 남과 북간에는 많은 문제에 대해 같은 의견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염원을 안고 문제를 하나씩 실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 분단은 일제 35년보다 10년이 더 길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고 세계에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의 민족이 서로 비방말고 화합하는 가운데서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난 20년간의 대화중 선전에 치우친 것들은 지양돼야겠지만 7ㆍ4 공동성명의 3원칙등은 존중하고 얘기해서 합의점을 찾아 실천해야 역사적 소명인 통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민족의 열정과 의지를 모아나가면 어려운 문제도 쉽게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합의점 찾아 실천을”

일본이 2차대전 패전국에서 경제대국이 되었으며 동서독은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또 미소의 냉전이 종식돼 화해의 새로운 국제질서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단일민족으로 대결할 이유가 더이상 없습니다. 이념,사상,정책이 달라도 대결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민족화합을 이루고 반드시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올림픽을 유치할 때에는 올림픽이 세계의 화합을 실현하기도 하지만 나의 가장 큰 꿈은 이를 계기로 남북한을 한마당에 모이게 하는데 있었습니다.

7ㆍ7선언을 통해,또 유엔 연설을 통해 나는 세계에 대해서 우리만 도와달라는 게 아니고 남과 북이 나란히 국제사회에 기여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고 동서세계의 공감을 받았습니다. 나의 북방정책은 결코 북한을 고립시키거나 어려운 처지에 빠뜨리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우리는 사회주의와의 관계를 이루고 북은 서방국가와 관계를 이루어 평화통일을 위한 국제환경을 조성한다는 데 큰 뜻이 있는 것입니다. 지난 6월초 고르바초프를 만났을 때도 남북한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다함께 기여하도록 강조했습니다.

○“노대통령 결단기대”

▲연총리=말씀 잘들었습니다. 주석님에게 노대통령의 말씀을 보고 하겠습니다.

이번 회담이 좋은 결실을 맺도록 염원하고 있는데 불신과 긴장을 해소하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젭니다. 회담에서도 얘기했지만 유엔 가입문제,구속된 방북자 석방,팀스피리트훈련 중지 등은 남북 회담의 진전을 위해서도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면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그 속도도 빨라질 것입니다. 노대통령의 7ㆍ7선언을 잘 분석해 봤는데 이런 문제가 해결되면 노대통령의 임기중에 통일문제가 마지막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만나 신뢰심자”

▲노대통령=남북간 불신을 해소하고,신뢰를 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부부간에도 자주 안만나면 불신이 생기고 이웃간에도 자주 만나면 신뢰가 생깁니다. 자주 만나 얘기하면 믿음이 조성돼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여기서 북한에 대한 우리의 3가지 입장을 얘기하겠습니다.

첫째는 우리는 북한의 발전을 돕고 협조하는 입장입니다. 북한도 우리에 대해 그런 입장에 서주길 바랍니다.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어려우면 북한이 돕고 북한이 어려우면 우리가 돕는 관계로 나가야 됩니다.

둘째 남북간의 이해와 신뢰를 심는 일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합니다. 백문이 불여 일견이라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이 직접 와서 보니 우리 사회에 대해 이해가 생기지 않습니까. 국민들의 신뢰도 심어지기 시작했습니다.

「7ㆍ20」 대교류를 선언했는데 김주석이 지난 신년사에서 남북간 개방을 얘기한 것도 나와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라 생각합니다.

세번째는 남북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가능한 한 수용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밥 한그릇을 한꺼번에 먹을 수 없듯이 남북이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 우리 겨레에 신뢰와 희망를 심어줍시다.

○물자교역에 큰 관심

남북간 물자교역문제도 먼 나라에서 사올 것 없이 우리가 북에서 사오고,우리쪽에서 남는 소비재 등도 북이 가져가는 식으로 서로에게 이득이 되도록 합시다.(김정우대외경제사업부 부부장에게 『김부부장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부부장=앞으로 조건이 잘 맞아서 그런 관계로 발전되길 바랍니다.

○“남북 모두에 혜택”

▲노대통령=정부건 민간차원이건 교역이 진전되면 남북 모두에게 혜택이 될 것입니다.

▲연총리=이런 말씀을 주석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북한에서 현재 크게 아쉬운 것은 없지만 인력이 달려 지하자원개발을 다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노대통령께서 앞서 말씀드린 3가지 결단을 내려 잘 고려해 주십시오.

○진지한 노력 재차 당부

▲노대통령=여하튼 남북회담의 진전을 위해 여러분들이 진지하게 노력해 주십시오. 구속자 문제를 얘기하는데 그 사람들은 북에서 온 여러분들 보다 대통령인 내가 훨씬 더 사랑합니다. 이 지구상에 냉전체제로 분단된 유일한 나라로 우리나라가 남을 순 더 이상 없습니다. 남북간 화해를 실현하고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민족의 과제입니다.

여러분들이 평화와 통일을 이루는 능력을 세계에 실증해 주십시오. 이번 3박4일이 너무 짧은 데 다음에 오면 지방도 보고 더 많은 대화를 해 주십시오. 우리 대표가 평양가면 더 많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더 의견접근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연총리를 비롯한 여러분들이 역사의 통일을 이루는 위대한 일을 해 주십시오.

▲연총리=만나주시고 훌륭한 말씀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면담후 기념촬영)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