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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기대 큰 「실향민」 지학순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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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기대 큰 「실향민」 지학순주교

입력
1990.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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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이 칠순인데 북의 누이동생은…”/한달전초청편지… 아직답장없어/“총리회담 남북모두 쩨쩨해 실망”천주교 원주교구장 지학순주교(71)는 요즘 북의 누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오는9일로 칠순을 맞는 지주교는 지난8월 북한천주교회와 캐나다의 신자를 통해 단 1명 남은 혈육 용화씨(67)에게 초청편지를 보냈다.

85년9월 고향방문단의 일원으로 평양에 갔을 때 36년만에 만난 이후 한시도 동생을 잊지 못하고 살아온 지주교는 칠순전날인 8일 상오10시30분 원동성당에서 열릴 칠순기념미사에 동생이 와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오빠의 칠순을 잊었을리 없는 동생은 아무런 소식이 없다. 5년전 만났을 때 신부가 된 오빠에게 『우리는 살아서 천당가는데 오빠는 죽어서 천당가겠다니 돌았다』고 말했던 누이의 억지소리가 가슴을 엔다.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고위급회담도 노사제의 마음을 오히려 아프게 하고 있다.

지주교는 지병인 당뇨병이 악화돼 원주시에서 20㎞떨어진 강원 원주군 신림면 용소막 성당옆의 사택에서 요양을 하고 있다. 지난해 입원까지했던 지주교는 미사집전외에는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은채 기도와 묵상의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지주교는 지난4일 북한대표단이 서울에 도착했을때부터 시시각각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시력이 극도로 나빠져 신문은 물론 TV화면도 제대로 보이지않지만 항상 TV를 켜놓고 이산가족상봉의 결실이 맺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그러나 회담장면을 보면서 『왜 저런 얘기를 할까』하는 답답함이 들었고 그 답답함은 남북 모두에 대한 실망으로 바뀌었다. 지주교는 『남북의 총리가 만나서 의견을 교환한것 자체는 긍정적인 일이지만 설움과 비애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접촉은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고 말했다.

남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아 민족동질성을 회복하려 하지않은채 전대협의 시위를 자신들에 대한 지지활동이라고 보는 북측대표단이나 전민련ㆍ전대협대표ㆍ임수경양 등의 면담을 불허하는 우리측 모두 쩨째해 보였다는 것이다.

지주교는 5년전 행동이 자유롭지못해 평양에서 불과 40리거리인 고향(평남 중화)을 찾아보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큰기대를 안고갔다가 슬픔과 괴로움만 안은채 돌아왔던 그때의 실망때문에 지난8월의 방북희망자 신청도 하지않았었다. 실현될수 없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여생을 얼마 남기지 않은 이산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됩니다』 지주교는 남북양측이 진실로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꾸준히 통일의 길로 나가줄 것을 주문했다.

『길어야 10년만 참으면 되지 않겠습니까』하고 반문하는 노사제의 수척한 얼굴에는 실망과 기대가 계속 엇갈리고 있었다.<원주=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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