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역사적으로 당연히 우리영토”/세계 2위 산유국ㆍ페만해로 확보 매력/최대양보면 「자치주」지위줄 듯이라크는 과연 쿠웨이트에서 철수할 것인가. 한달이상 계속되고 있는 페르시아만 사태는 미국이 5일 공중봉쇄 검토를 시사,대 이라크 목조르기를 강화한데 맞서 사담ㆍ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성전을 통한 사우디왕정 타도를 재천명하고 나서고 있어 여전히 오리무중상태다.
따라서 페만사태의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은 마치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수여부에 달려있는 형국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라크의 화해제스처는 비록 후세인자신의 입을 통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졌었다. 그런데도 유엔의 4차례 결의안을 등에 업은 미국은 번번이 이를 일축하며 이라크의 선쿠웨이트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현지분위기만을 보면 결코 쿠웨이트를 「반납」치 않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정부관리나 이라크 국민들은 이미 이라크의 19번째 성이 돼버린 쿠웨이트가 역사적으로 분명 이라크의 영토이므로 이를 돌려주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있는 듯 했다.
이라크의 유일한 관영 영자지 바그다드 업저버는 『쿠웨이트는 제국주의자들의 음모에 의해 조국의 품에서 떨어져 나갔으며 우리는 정의와 진리의 힘으로 이를 되찾았다』고 주장한다.
이라크의 정부대변인인 나지ㆍ알 하디티 공보국장은 『쿠웨이트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면서 『이라크는 외세에 의해 분단된 쿠웨이트와 통일을 이루었기 때문에 같은 분단국인 한국민들도 우리 입장을 잘 이해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정부고위관리들도 강력한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라티프ㆍ자싱 문공부장관은 『쿠웨이트철수는 전혀 불가능하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사담ㆍ후세인 이라크대통령도 사태발발초기 이스라엘의 점령지 철수와 연계시켜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를 밝혔을 뿐 자신이 직접 조건부 철수나마 제안한 적은 없다.
이스라엘 철수와 연계시킨 것은 사실 안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조건부 철수제안은 「설」로 그치거나 이라크에 의해 부인됐다.
사둔ㆍ하마디부총리는 지난 2일 바그다드 TV 인터뷰에서 『쿠웨이트 합병으로 이라크는 1천9백40억 배럴의 석유매장량을 보유한 세계 2번째 산유국이 됐으며 이에 따라 이라크의 산유쿼타도 1일 5백46만배럴(현재 2백80만배럴)로 재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라크의 원유수입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으로 인상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연간 4백60억달러(현재 1백8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밖에도 군사ㆍ경제적면에서 ▲페만진출로 확보 ▲8백83개 산업시설확보 ▲민간기업분야 활성화 등 획기적인 국가발전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하마디부총리의 이같은 자랑은 역으로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포기할 수 없는 정치ㆍ경제적 배경을 설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쿠웨이트 합병에 대한 이라크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는 역사적 당위성에 대한 믿음외에 이같은 막대한 경제적이익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최근 바그다드에서는 서방의 해상봉쇄로 물자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나 유독 가전제품만은 쿠웨이트에서 최신제품들이 대량 반입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격이 내려가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서방보도는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많은 자산과 시설을 약탈해 오고 있다고 전했으나 이라크정부는 이같은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바그다드에서 이라크정부의 안내로 제한적 취재활동을 하는 2백명 이상의 외국기자중 대부분이 신청한 쿠웨이트 현지취재에 대해 이라크정부는 이를 일체 허락지 않고 있다. 쿠웨이트에 전화를 하려해도 회선이 없다는 대답을 들을 뿐이다.
이라크인들은 흔히 쿠웨이트를 회복한 후세인대통령을 기원 2천년전 거대 바빌론 제국을 건설한 네브겟네살왕에 비유하곤 한다. 후세인대통령도 자신을 네브겟네살에 버금가는 영웅으로 자찬하기를 좋아한다.
이라크의 TV는 이라크내부는 물론이고 아랍각국에서 벌어지는 반미 또는 후세인 지지 시위광경을 주요뉴스로 다루고 있다. 현지신문도 매일 이같은 사실을 종합보도하는 데 여기에는 파키스탄의 한 회사가 후세인에게 지지전문을 보냈다는 내용까지도 포함될 정도이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양보하는 것은 후세인대통령의 권위에도 치명적 손상을 입히게 될게 분명하다.
따라서 이라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양보는 이라크내 쿠르드족 자치주처럼 쿠웨이트에 독립자치주 지위를 부여하는 정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영국이 61년 멋대로 쿠웨이트를 떼어내 독립시킨 조치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방안이다. 그러나 후세인이 사태진전을 전혀 무시한 무모한 인물은 결코 아니다. 8년동안 결사대결을 벌여온 이란에까지 손을 내밀고 형제라고 부르고 있는 사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전혀 예상을 뛰어넘는 협상안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바그다드=배정근특파원>바그다드=배정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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