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면담 「개선분수령」 가능/정상간 대화로의 징검다리… 양측이 실체인정 표시/“안정적 발전 위한 개방” 우리측 진의 북 수용이 관건분단 45년 만에 최초로 양측 총리를 수석대표로 해서 열린 제1차 남북 고위급서울회담은 6일 두번째 회담을 끝으로 역사적인 막을 내렸다. 이번 서울회담에서 양측은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으나 서로의 공식입장을 확인하고 남북 관계개선방향에 대한 원칙적인 의견접근을 봄으로써 향후 지속적인 정부당국간 대화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남북 양측간에 가로 놓여 있는 교류ㆍ협력과 정치ㆍ군사문제의 비중에 대한 시각차이가 다시한번 확인되고 북측이 새롭게 제의한 유엔가입,팀스피리트,문익환목사ㆍ임수경양 문제 등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은 것도 사실이나 이 또한 회담자체의 근본장애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울회담에서 무엇보다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은 노태우대통령의 북측 대표단 면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노대통령과 연형묵총리의 개별면담은 그 상징성과 함께 북한주석 김일성에 대한 직접 메시지 전달의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의의를 갖는다.
우리측은 오는 10월16일 제2차 평양회담에서 김일성도 우리 대표단의 강영훈총리를 통해 노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과 평양의 회담에서 남북 정상간의 간접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양측 총리를 통한 남북 정상간의 간접대화는 기본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측면에서 남북 관계사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남북 정상회담은 우리가 상정하고 있는 대로 통일의 중간단계인 남북 연합의 최고 결정기구 역할을 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 정상간에 간접대화가 시작된다는 사실은 양측이 서로를 분명한 실체로서 인정하고 존중하려 한다는 적극적인 의사표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노대통령과 연총리의 개별면담은 특히 우리측의 북한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정확히 전달하는 기회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남북 관계개선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면담에서 노대통령은 『북한이 안정속에서 발전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및 통일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제,『북한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 있으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대통령은 이러한 바탕위에서 남북이 서로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 일환으로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남북이 대결의식을 청산해야 한다는 점에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 된다.
즉 우리가 북을 도울테니 북도 우리측을 도와달라는 상호협력의 개념에 바탕을 둔 것이다.
노대통령과 연총리의 면담에서는 이와함께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3가지 긴급과제,즉 유엔가입,팀스피리트,문목사ㆍ임양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측의 비공개를 전제로 한 경협제의도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날 면담에서는 고위급회담이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우리측의 진의가 심도있게 북한 수뇌부에 전달됐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실제로 최근의 국제정세와 우리측의 강력한 북방정책,남북간의 경제력 차이 심화등으로 상당한 위기감을 느껴온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번 메시지 전달은 북한에 남북 관계개선에 대한 새로운 자극을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연총리는 지난 5일 첫날 회담의 기조연설에서 『북측은 남측이 북한에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어 「승공통일」을 하려 한다고 생각하면서 남측을 불신하고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총리의 이 발언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갖고 있는 위기감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은 사실 우리측이 북방외교를 통해 사회주의 비동맹국가들과 파상적으로 관계개선을 해 나가고 소중과도 관계정상화를 상당한 수준에서 모색하고 있는 것을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우리의 유엔가입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에 크게 당황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가 유엔에 단독으로 가입할 경우 북한은 고립화를 면할 수 없으며 이를 막기 위해 함께 가입하려면 그동안의 대남논리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고위급회담에서도 유엔문제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우리의 가입을 저지하려 애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피상적으로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남북은 회담및 청와대 면담을 통해 남북 관계개선을 향한 거보를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우리측은 북한에 대해 이제부터는 서로 실체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대명제를 분명히 던졌고 북한측은 체제위협이 아닌,「안정적 발전」을 위한 개방요구라는 우리측의 진의를 파악한 것이다.
결국 남북이 10월 평양회담을 통해 또 한번의 거보를 내디디느냐 하는 것은 북한측이 남측의 의사를 얼마나 진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여진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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