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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 석방」등 발언땐 긴장감/남북 총리회담 첫날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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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 석방」등 발언땐 긴장감/남북 총리회담 첫날 표정

입력
1990.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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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총리 “괄호”등 부호까지 정독/3백여 기자 폐쇄회로로 취재/절반씩 사용 촬영대 “동포인데… ” 남북 함께쓰기도○연 총리 연설 무려 55분

▷기조연설◁

예정대로 상오 10시 정각에 시작된 1차회담은 안부와 날씨를 화제로 15분여 동안의 환담이 오간 뒤 본론인 기조연설이 시작되면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

남북 총리들은 이 연설이 이번 회담의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점을 중시한 듯 신중하고 또박또박하게 준비한 연설문을 낭독. 우리측 강영훈총리는 20여분 만에 연설을 마쳤으나 연형묵 북한총리는 연설에 무려 55분을 소요한 후 자신의 연설을 「기본발언」이라고 표현.

남북 총리들은 상대방이 연설할 때 메모도 하고 기본입장이 같은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시.

특히 강총리는 연총리가 임수경양사건등 의제외 발언을 해나가자 굳은 표정.

강총리는 서설에서 『다각적 교류협력과 사회개방을 통한 민족적 유대회복,신뢰구축을 통한 정치ㆍ군사 대결상태 해소,국제무대에서의 상호협력을 통한 민족자존 향상』 등을 강조하고 이를 기초로 한 8개항의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기본합의서」 안을 제시.

강총리는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에대한 북측의 호응을 촉구하는 것으로 연설을 마감.

○개방바람 의식 표현도

이에반해 연총리는 통일문제와 관련,『누구를 먹거나 먹히는 문제가 아니다』는 표현을 써가며 최근의 동구권 연쇄민주화현상을 의식하는 인상. 연총리는 또 『다른 나라의 처방을 우리나라에 기계적으로 옮겨놓으려는 것은 엄중한 착오』라고 말해 우리측이 독일의 통일을 자주 거론하는 것에 대해 제동을 시도.

연총리는 말미에 가서 유엔가입ㆍ팀스피리트훈련ㆍ방북인사 석방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우리측 대표의 표정들을 유심히 살피는 모습이어서 이 문제들이 남북대화의 「아킬레스건」임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음을 방증.

한편 연총리는 이날 발언에서 원고에 표시된 △,()등 부호를 「세모」,「쌍괄호」라고 일일이 읽기도.

▷인사말◁

웃음속에 환담을 끝낸 양측 총리는 상오 10시15분부터 20여분 동안 인사말을 낭독.

강총리는 먼저 북측 대표들의 서울행을 환영한 뒤 「본회담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양측 예비회담 대표들에게 사의. 강총리는 한반도 분열의 근원적 원인으로 「냉전구조」를 지적한 뒤,『이제 세계의 풍향계는 크게 바뀌었다』고 안팎으로 통일분위기가 성숙됐음을 강조. 강총리는 이어 우리측의 7ㆍ7선언,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발표,노태우대통령 유엔연설,남북교류협력특별법 제정 등 남북 관계개선 노력들을 열거하면서 『북측의 제안들에도 유의하고 있다』고 배려.

○“마음엔 장벽이 없다”

강총리는 끝으로 『남북당국이 구태의연한 태도를 그대로 견지한다면 평화통일은 물론 남북 관계개선도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남북 모두의 전향적 회담자세를 당부.

연총리는 『분단이래 처음으로 북남 총리를 단장으로 한 고위급이 마주앉아 민족의 중대사를 논의하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라며 『비록 국토의 허리에는 장벽이 있지만 겨레의 마음에는 장벽이 없음을 느꼈다』고 소감을 술회.

연총리는 한반도의 현실을 『한순간도 대결이 멎은 적이 없으며 갈등이 해소된 적이 없고 화합과 단결을 실현한 적이 없다』고 진단하면서 이산가족의 아픔과 이들의 통일기원을 대비시켜 언급.

연총리는 『90년대는 통일희망의 연대이며,분열이 시작된 세기에 분열을 끝내는 게 온겨레의 염원』이라면서 『쌍방의 대표들은 90년대의 통일시간표를 확정해 민족의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고 역설.

연총리는 마지막으로 『회담의 출발이 좋으며 전망도 낙관적』이라며 『대화와 합의는 있어도 진전과 실천은 없었던 70,80년대의 교훈을 살려 이번에는 의제들을 실속있게 해결하자』고 다짐.

▷회담시작◁

수행원 33명씩에 둘러싸여 각각 회담장에 들어선 남북 대표단은 테이블 사이로 나란히 서서 악수를 나눈 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착석.

강총리는 『역사적인 남북 고위회담 첫날 회의를 개최한다』고 선언하고 이어 양측 총리가 대표단을 소개.

강총리가 『잘 주무셨느냐』고 묻자,연총리는 『귀측에서 다 해줘 잘 지낸다』고 답례. 강총리는 전날 자동차사고로 다친 백남준ㆍ김정우대표에게 안부를 물었고,백대표는 『괜찮다』고 대답.

화제가 날씨로 옮겨져 연총리가 『날이 좋았는데 어제 저녁에는 비가 오더군요. 회담이 이리 되면 안된다』고 말하자 강총리는 『중간이 흐려도 결말이 맑으면 좋다』고 응답.

○“남이 태풍막아” 농담

연총리는 『대동강유역을 따라 비가 많이 왔지만 상류에 댐을 많이 쌓아 큰 피해는 없었다』고 북한실정을 전했고,강총리는 『우리는 옛날에 홍수피해가 컸는데 한강에 댐이 많이 건설돼 그런 걱정이 없어졌다』고 설명.

연총리가 계속해서 『남포 앞바다에 서해갑문을 설치했다』 『갑문 설치로 강줄기가 없는 황해도도 물걱정이 없다』고 자랑하자 강총리는 『북쪽은 남쪽에 감사해야 한다. 우리가 태풍을 막아주지 않느냐』고 농담.

강총리가 덕담을 섞어가며 회담의 분위기를 능숙하게 진행해 나가자 회담장 오른쪽에 앉아있던 우리측 수행원들은 점점 여유있는 표정.

이어 연총리는 『한 배에 여러 사공이 이리저리 가자고 하면 통일의 길이 오래 걸린다』며 『사공이 많으면 배가 하늘로 올라간다』고 「2개의 한국론」을 간접적으로 비판.

이에 강총리가 즉각 『천천히 배가 가지 않고 한꺼번에 빨리 가려다 보면 배가 뒤집힌다』며 북측이 주장하는 「정치ㆍ군사문제」 일괄타결 주장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겨냥.

▷회담장◁

이날 회담장은 중앙에 남북 대표단 좌석,입구 왼쪽에 북측 수행원석,그리고 오른쪽에는 우리측 수행원석 등으로 배열.

회담장 정면에는 「제1차 남북 고위급회담 서울 1990ㆍ9ㆍ4∼9ㆍ7일」이라는 대형간판이 걸렸고 회담장 양편에는 십장생 병풍이 병립.

대형간판 아래 마련된 사진기자용 연단은 당초 남북 기자들이 절반씩 사용키로 돼있었는데 일부 사진기자들은 『같은 동포인데…』라며 어우러져 촬영.

○장내 취재 한명씩 제한

이날 우리측 당국은 회담장 취재를 각 언론사마다 한명으로 제한,나머지 3백여명의 내외신기자들은 프레스룸에 설치된 폐쇄회로를 통해 회담을 취재.

▷홍장관 회견◁

○…회담이 끝난 후 우리측 대표단 대변인인 홍성철통일원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한번의 회담으로 큰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해 북측의 제의가 기존입장 그대로라고 판단하는 듯하면서도 『남북 관계개선의 전기를 마련하는 회담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표명.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북측의 제안이 과거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실망하지 않았는가.

『북한의 입장은 김일성주석의 시정연설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며 특별히 따로 나올 것은 없다고 본다. 남북관계는 인내심을 갖고 지향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북측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정상회담이 가능하다 보는가

『남북 관계개선은 서로가 체제를 존중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이다. 북한도 현실적 상황을 인정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총리 단독회담의 가능성은.

『내일까지 두 총리가 만날 시간이 많이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성사되기를 바란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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