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총리회담 기조연설에서 드러난 접근방법남북간의 정치ㆍ군사대결의 완화와 다각적인 교류 협력에 관한 양측 당국의 복안과 구상이 드러났다. 5일 열린 제1차 고위급회담에서 남북한 총리는 기조연설을 통해 각각 기본입장을 제시한 것이다. 예상대로 화해와 협력에 관한 남북한간의 인식의 차가 현격하게 통일로 가는 길이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가를 새삼 실감케한다. 그러나 통일로 가는 방략과 접근방식에 대한 견해가 크게 다르다고 해서 성급하게 실망하거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
화해통일 노력에 이르는 접근방식에서 남한측은 상호체제 인정 내정불간섭 무력사용 포기 민족동질성 회복을 바탕으로 3통협정(통신 통행 통상)체결 경제협력 TV 라디오 출판물교환 등 신뢰구축과 공존공영에 역점을 두고 있다. 반면 북한측은 분단의 고착을 막는다는 취지 아래 고려연방제 실현과 통일후 유엔가입 또는 남북한의 단일의석으로의 가입을 내세우는 한편 보안법 철폐 콘크리트장벽 제거 구속자 석방 미군 철수 핵철거 팀스피리트훈련 중지 등 정치ㆍ군사측면을 중점적으로 거론하여 대조를 이루었다.
이에대해 우리로서는 일부 문제점과 당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들어 북한의 군축안을 들어보자. 북한은 3∼4년안에 현재의 남북한 병력을 30만20만10만선으로 감축하고자 하는데,이 제안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구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안 자체로는 각기 군사비부담을 줄이고 평화의지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단순 명쾌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오늘날 어떻게해서 남북의 1백수십만 병력이 대치하게 됐는가의 원인을 따져본다면 감축에 이르는 방법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은 신뢰조성 방법으로 군사훈련의 제한과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직통전화 등을 들고있지만 문제는 병력수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군사력의 감축도 그렇고 이를 감시검증하는 장치도 오랜 미소의 군축 줄다리기에서 보듯 간단할 수가 없다.
이에비해 정치적 군사적 신뢰구축을 거쳐 점진적으로 군비통제를 실천해 나가자는 남한측의 안은 상당한 논리성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동서 군축회담이 20∼25년 걸리면서 나토와 바르샤바군간의 사전 훈련통고와 상호 참관ㆍ감시단 교환활동을 벌여온 것은 남북한에게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한측 안도 문제가 있다. 군비통제방안에 있어 잠정적이나마 명확하게 기한을 제시했어야만 했다.
어떻든 양측의 커다란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안에서 인식을 같이하고 있음은 회담진전을 위해 매우 고무적이다.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직통전화 가설과 상호비방중지 내정불간섭 등은 당장이라도 함께 선언하고 실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곁들여 남한이 제의한 관계개선을 위한 합의서안도 북한의 의견을 수렴,채택함으로써 온겨레의 대화촉진통일에 대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북한이 경제교류와 협력에 의사를 표시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정치와 군사적 대결해소의 길이 먼만큼 「한핏줄정신」에 입각,상호 보완적인 경제교류와 협력을 보다 활기있게 펼쳐나갈 경우 이는 체제와 이념을 떠나 공영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총리회담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남북대화가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제기하고 남의 의견은 일축한데서 중단을 맞게 됐던 점을 감안,6일의 전체회의에서 종합토론을 통해 분명한 의중을 타진한 뒤 즉각 실천할 수 있는 것과 미결부분으로 나누어 장차 평양과 서울을 오가는 대화의 대장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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