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이라는 표현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 민족에게 뜻깊은 남북 고위급 공식회담이 5일 2시간가량 열렸다.분단 45년을 허송한 지금에야 책임있는 남북 고위당국자가 이렇듯 마주앉아 민족의 장래를 논의하는 장면은 우리 민족 모두가 자괴하고도 남는 일이었다.
회담시작후 15분여 동안 진행된 환담에서 북측의 연형묵총리가 『우리는 한 배에 탄 사공』이라고 말한 것이나,강영훈총리가 『한 배에 탔으니 꼼짝없이 잘해야 한다』고 화답한 것 모두가 「자괴를 딛고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민족열정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듯싶다.
환담에서도,이어 계속된 인사말이나 기조연설에서 수없이 언급된 통일지향의 수사들은 통일의 기대감을 북돋우기에 충분했고 남북 대표들의 진지한 표정은 이 기대감에 신뢰를 덛붙이고 있었다.
더욱이 양측 기조연설문 중에는 남북 불가침선언,비방중지,직통전화 설치 등 상당수의 공동제안내용까지 있어 잘하면 북측 대표가 서울을 떠나기에 앞서 작으나마 합의라는 형식의 성과가 있으리라는 분석도 무성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 외신기자가 『남북관계의 특징은 예측불가』라고 촌평을 하듯 이번 회담이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초석이 될지는 미지수인 것 같다.
우선 우리측 기조연설은 선 신뢰구축과 교류에 비중을 두고 있었으며,북측은 여전히 정치ㆍ군사문제의 일괄타결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 우려감을 자아내게 하고 있었다. 또 연총리가 회담에서는 물론,4일의 만찬에서 강총리를 꼭 「수석대표」라고만 호칭하는 등 우리 정부를 실체로 인정치 않으려는 인색스러움을 여전히 버리지 않는 데서도 징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걱정만을 하고 있기에는 지나온 반세기가 너무나 무겁게 느껴진다. 북측 대표단이 이동할 때마다 뜨겁게 환대하는 시민들의 정성을 보고,한반도에 무려 1천만명이라는 이산가족이 있음을 생각한다면 남북 대표들은 몇몇 우려를 기우로 만들고 「시작을 꼭 절반이 되게 해야 하는」 역사적 책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단들에게 고 조지훈시인의 「우리는 결코 둘이 될 수 없는 하나」라는 시구절을 들려주며 그들의 소명의식에 호소하고픈 심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