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오 노태우대통령은 청와대를 예방하는 북한 연형묵총리를 면담한다. 오는 10월 평양에서 2차 남북 총리회담을 갖기로 합의를 하고있어 우리측 강영훈총리가 또한 김일성주석을 만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말하자면 오늘의 면담은 정상의 교차면담중 반쪽이 먼저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아도 총리회담을 「고용사장」의 해후정도로 평가절하하고 있는 시각이 국내외에 폭넓게 퍼져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총리회담에 무게를 더 얹어주는 이번 면담은 은근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다.교체면담은 양국정상의 대좌가 여의치 않을 경우 취해지는 일종의 편법이어서 문자그대로 정치적 외교적 법률적 기속력은 없겠으나,외교무대에서 대단한 성과를 올리는 경우나 사례가 적지않기 때문에 그 효력을 과소평가만 할 것도 아니다. 그 외교사례를 찾아 멀리 갈 것도 없다. 7ㆍ4공동성명이 나오기를 전후해 박정희박성철,김일성이후락이 가진 교체면담은 총리급보다 격이 낮고 사실상의 성격이 달랐는지는 모르나 양국 정상의 진의를 빠른 시간내에 교환시키는 매체 구실을 제대로 해낸점에서는 성공이었다.
미소간에도 딱히 교체면담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겠으나,한쪽 정부의 의사를 대사나 외무장관이 상대국 정상을 만나 전하는 대리면담 형식으로 굵직굵직한 현안에 대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례가 적지않다.
지난 50년간 동서 냉전구조에서 소련외교를 주도해온 그로미코 전외상의 회고록을 보면,그가 루스벨트로부터 레이건대통령까지의 역대 미국대통령과 단독으로 대면한 이면사가 나와있다.
그는 그 면담에서 2차대전 전후처리,U2기 격추사건,쿠바 피그만 침공사건,전략무기제한회담,아프가니스탄 침공사건 등 미소가 첨예하게 대립된 큰 사건에서 양국수뇌의 의중을 정확히 읽고 전달,사태발전에 일역을 훌륭하게 담당했던 것이다. 말을 바꾸면 그와같은 성질의 면담이 역사의 진로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이번 연총리를 맞아 공식적으로는 강총리가 5일 상오 기조연설에서 밝힌 우리측 입장과 주장 한도내에서 대화를 나눌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있다. 그러나 분단 45년 만에 처음 마주한 북측 총리를 상대로 대통령이 세상에 다 알려진 얘기만을 반복하리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아마도 모종의 메시지가 있지 않겠나 하는 것이 우리의 짐작이고 청와대측도 부인하지 않고있다.
비록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는 없다해도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을 포함한 보다 폭이 큰 접촉이 필요한 것이 사실인 만큼 대통령은 분명하고 확고한 대화의지를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넘겨 짚을 수가 있다.
문제는 북의 화답일 듯하다. 강총리가 예정대로 평양에 가서 김주석을 만났을 때 무슨 내용을 들을 수 있을까. 북쪽사회의 특성이 한사람의 결단만으로도 남북관계에 큰 진전을 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체면담이 일과성 예의용으로 끝나지 않게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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