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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뜨지 말자/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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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뜨지 말자/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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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총리회담의 북한측대표단이 4일 서울에 도착하면서 전국은 통일무드로 술렁이고 있다. 분단 45년만에 처음 열리는 정부간 고위당국자회담이라 국민들은 가벼운 흥분에 가슴이 설레는게 당연하다. 신문과 방송도 연일 남북회담을 집중보도하고 있어 온통 통일열기에 들떠있는 것 같다. 이러다가 회담이 실패하면 그 실망감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걱정이 앞설 정도이다.사실 지난날의 남북대화를 돌이켜보면 서울과 평양을 몇번 왔다갔다 하고 판문점에서 수도 없이 접촉을 했지만 그때마다 기대는 어김없이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던 것이다. 서울과 평양을 왕래하면서 여러차례 회담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고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었다. 만날 때마다 서로간에 불신의 벽이 높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지금 전국적으로 물결치고 있는 설렘을 보면서 다른 한편으로 슬그머니 의구심이 이는 것도 당연하다. 이번 회담은 과거의 실패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고 성공할 수 있을까,서울회담부터 실패하여 평양회담은 열리지도 못하고 문이 닫혀버리는 것 아닌가,기대가 큰만큼 실패할 때 주는 실망도 클 것이기에 이런 저런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회담과 지금의 회담은 크게 다르다. 우선 과거는 냉전시대였지만 지금은 화해의 시대이다. 동서독이 통일되고 한ㆍ소정상회담이 열리는 해빙기를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권차원에서 열렸던 과거의 회담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바깥세상의 변화를 2천만 북한주민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남한의 4천만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서 한반도가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국제적 현실적 뒷받침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의 성공률은 높다.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어느쪽에서든 먼저 깨자는 소리를 감히 할 수 없게 되어있다.

한반도 주변의 최근 정세도 상당히 좋아지고 있다. 한ㆍ소간의 급진적인 관계개선에 불만을 품고 신임장도 제정하지 않고 평양으로 가버렸던 북한의 손성필 주소대사가 곧 모스크바로 귀임하리라는 소식은 좋은 징조이다. 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의 평양방문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봐야할 것 같다.

때마침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고 있는 「아ㆍ태지역대화평화협의회」에서도 셰바르드나제장관은 『현재 미ㆍ소간에는 협력이 잘되고 있을 뿐 아니라 양국은 남북대화의 성공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고 남북한 내부사정을 보아도 남북총리회담의 기초는 잘 되어 있다』고 현재 진행중인 남북회담의 좋은 여건을 잘 집약해서 설명했다.

과거의 숱한 회담의 실패를 보아온 우리 국민은 이제 들뜨지 말고 차분하게 회담의 진행을 지켜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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