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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항전”구호속 군사훈련 열중/배정근특파원 이라크현장서 3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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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항전”구호속 군사훈련 열중/배정근특파원 이라크현장서 3신

입력
1990.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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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40대… 어깨엔 AK소총/소년­여성도 다수… 승리확신감『후세인에게 나의 피를 바치리라』 3일 하오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교외에 있는 한 고등학교운동장에서 5백여명의 이라크인들이 이같은 구호를 외치며 군사훈련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AK소총 1정씩을 어깨에 메고 있었으나 아무 표시없는 허름한 군복에다 나이도 대부분 40대 이상이어서 정규군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3개 소대로 나뉘어 제식훈련 집총훈련등을 받고 있었는데 대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방향전환도 제각각이었지만 구호만은 우렁찼다. 이들의 훈련모습은 우리의 지역예비군을 연상시킨다. 굳이 다른점을 찾아본다면 아직 군에 입대할 나이가 되지 않은 앳된 소년들의 모습이 간혹 보인다는 것이다. 훈련장입구를 5∼6명이 경비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15세가 갓넘었을 문자그대로 소년들이었다. 팔에 멘 AK기관총이 무겁게 보여 안쓰럽기조차 했다.

이들이 바로 페르시아만 사태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이 본격화된 직후부터 이라크전역에서 조직됐다는 국민군이다. 이라크정부는 국민군이 미국의 침공으로부터 이라크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조직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 숫자도 매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북부지역 바트당사무실에 3일 현재 2백70만명이 지원했으며 바그다드에서도 2백40만명이 운집했다고 이라크정부는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이란­이라크전쟁으로 낯익은 바스라시에서는 5천명이상의 여자들이 국민군에 입대했다는 것이다.

또한 지원자중에는 이라크인들 뿐만 아니라 요르단인ㆍ팔레스타인등과 같은 일부 외국 아랍인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총인구가 1천7백만명임을 고려할 때 5백10만이란 숫자는 동원가능한 전체 성인남자의 숫자와 다름없다.

한 이라크관리도 국민군의 정확한 숫자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현역군인을 제외한 전국민이 국민군이라고 우문현답식으로 응수했다.

이라크국민군은 사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 조직된 군대가 아니라 기존부터 있어왔던 예비군이 명칭만 바뀐 것이다.

이 예비군은 전국 각 지역별로 조직되어 있는데 이라크의 집권 바트당이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비군의 지역책임자도 대부분 바트당지역 책임자가 겸임하고 있다. 예비군의 대상은 16∼65세의 성인남자로 페만사태가 악화된 이후 이들 예비군 모두가 소집돼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라크국민군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될 것이다. 훈련과정은 기초군사훈련,경무기사용법,중무기사용법 등 3단계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과정마다 3주씩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훈련은 각자의 일과시간이 끝난뒤 각 지역 훈련장에서 하루 3시간씩 받고 있으며 3단계 교육을 마치면 1주에 한번씩 소집돼 반복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국민군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훈련장 가장자리에는 어김없이 수십채의 천막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숙박용은 아니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이라고 한다. 천막을 들춰보니 물통과 일부 장비만이 휑뎅그렁하니 놓여져 있을 뿐이었다. 천막앞마다 후세인대통령의 초상화가 어김없이 걸려있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국민군이 훈련받는 모습은 느슨하고 엉성하기 조차 했으나 이들은 한결같이 미국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표시하며 전투가 벌어지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겠다고 장담했다.

현직영어교사인 파시트라는 이름의 40대의 한 남자는 미국의 페르시아만 개입의 부당성을 역설한 뒤 『죽을 때까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거듭 목청을 돋우었다.

최신예무기를 갖춘 미국과 어떻게 맞서 싸울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가 하는 일이 정당하다는 믿음때문에 싸워 이길 수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사기에도 불구하고 가공할 무력을 갖춘 미국과 싸우는데 있어 국민군은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기자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오히려 국민군은 전투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대미 적개심을 고취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관리들도 실전이 벌어지더라도 국민군은 후방에서 지원기능만을 하게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5백만 국민군이란 존재는 이라크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전시동원체제를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백만 정규군과 5백만 국민군의 조직으로 이라크는 거대한 병영국가로 바뀌어져가고 있었다.<바그다드=배정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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