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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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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은 노벨상 수상작가 알렉산드르ㆍ이사예비치ㆍ솔제니친에 대해 74년 강제추방한 지 16년 만에 시민권을 복원시키고 8월18일에는 이반ㆍ실라예프총리의 이름으로 공개리에 초청장을 보냈다. 미국 버몬트주에 사는 솔제니친은 자신을 추방했을 때 적용한 반역죄가 무효화돼야 귀국할 수 있다고 초청을 거절했다. ◆74년 그가 추방될 때까지 그를 신랄히 비판했던 프라우다지는 지난 2일 그에게 정중히 귀국을 요청하는 기사를 실었다(코리아 타임스 4일자 4면). 그 지면에서 프라우다는 공식적 호칭보다 친근감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알렉산드르ㆍ이사예비치여 돌아오라」고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솔제니친은 그의 공개답장에서 손님으로 가기 보다는 고향에서 살고 그 곳에서 생을 마치기 위해 귀국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아마도 그가 원하는 방식대로 귀국하게 될 것으로 믿어지는데,한 작가가 누명을 쓰고 그의 나라에서 추방당했다가 되돌아갈 수 있게 되기까지는 그동안 오랜기간에 걸친 거대한 분위기 변화가 있었다. 동구권을 단번에 바뀌게 한 소련의 개방체제는 이제 오랫동안 잃고 있었던 위대한 그들의 작가까지 다시 맞아들이게 된 것이다. ◆워싱턴과 모스크바를 연결하고 있는 이른바 「핫 라인」 교환원들끼리 지난 88년 8월30일 시설개통 25주년을 맞아 축하인사들을 나누었다는데,27주년을 맞은 지난주에 또 어떤 인사를 나누었을지 궁금하다. 우발적 충돌로 발생할지 모를 핵전쟁등 위험한 사태를 막기 위해 설치된 이 통신망이 본래의 설치목적과는 달리 한가하게 인사말이 오가게 된 것도 역시 세계적인 화해분위기의 상징일 수 있다. ◆솔제니친이 떳떳한 시민으로 귀국할 날을 기다리고 미소간 비상전화에선 인사말이 오가는 시대에 때마침 남북 총리회담이 열리게 된 것도 세계적인 흐름에 순응하는 반가운 현상이라 할 만하다. 솔제니친처럼 고향에 돌아가서 다시 살게 되는 것까지는 당장 실현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고향방문의 기틀이라도 시원스럽게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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