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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갈라 길내 듯 통일장정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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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갈라 길내 듯 통일장정 나서자”

입력
1990.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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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훈국무총리 만찬사<요지> 연현묵총리를 비롯한 북쪽에서 오신 대표단 여러분,우선 따뜻한 마음으로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잡초를 갈라 길을 내듯,길없는 길을 오시느라 애쓰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분단사상 처음으로 오늘 이렇게 남북의 총리와 고위당국자들이 자리를 함께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평화통일의 가능성을 밝게 예측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면부지의 남남도 만남이 거듭되면 소통이 되거늘,아무리 우리가 40여년간의 분단의 아픔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 남북은 언어가 같고 문자가 같고 같은 정서를 나눠지닌 한 조상의 후손입니다.

그러므로 분단의 사슬을 끊고 통일을 실현시킬 사명이 누구보다도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경험해온 이 뼈저린 분단의 고통은 우리 세대에서 끝나야 됩니다.

통일성업의 빛나는 기회가 우리 시대에 열려져 있고,그 사명이 우리에게 지어진 것이라면 단 한걸음씩이라고 더 접근해가는 일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오늘의 이 자리가 그 의미깊은 큰 걸음임을 여러분께서도 동의하시리라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세기를 준비하는 마지막 10년의 길목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새로운 21세기가 민족웅비의 빛나는 세기가 되게 하기 위해서도,20세기의 멍에인 분단은 극복되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오늘 세계사의 흐름은 화해와 협력으로 평화를 구축하면서 갈라진 민족이 하나되어 번영토록 고무하고 있습니다.

온 세계인이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어 서로 왕래하고 협력하기를 희구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시대사의 흐름으로 보나 민족의 여망으로 보나,한반도의 평화통일과업은 민족사의 당위이고 시급한 목표입니다.

우리가 거듭 만남으로 신뢰를 쌓게되면 골깊은 불신의 벽을 녹일 수 있는 온기도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합의하여 그것을 과감히 실천해 나아가면 우리 모두가 함께 승리하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내일 드디어 역사적인 우리들의 회담이 시작됩니다. 이 기회가 분단의 멍에를 벗고 통일장정의 빛나는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통일을 열망하는 민족의 뜨거운 눈길이 쏠려있고,위대한 민족으로 거듭나는 한민족의 성숙성을 날카롭게 지켜보는 세계의 시선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만당하신 남북의 귀빈 여러분,이 청량한 가을밤에,실로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이 소중한 만남의 기회가 따뜻한 화기로 충만하도록 정겨운 이야기를 나눠주시기 바라며 이 친화로움이 회담기간내내 이어질 수 있게 되기를 충심으로 기대합니다.

◎연형묵총리 만찬답사<요지>

우리 북측 대표단은 이번에 서울에서 열리게 되는 제1차 북남 고위급회담이 민족 앞에 지니고 있는 책임이 무겁고 이 회담을 지켜보고 있는 겨레의 기대가 매우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겨레에게 더이상 실망을 주지 않는 대화,민족분단의 아픔을 진실로 덜어주는 대화,통일의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우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서울회담에 임하는 우리 대표단의 입장이고 의지입니다.

우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성스러운 통일의 길에서 서로 상대방을 누르려고도 하지말고 이기려고도 하지말아야 하며 하나를 양보받으면 대신 둘을 양보해주고 한가지를 합의하면 두가지 세가지를 실천해나가는 민족적 단합의 정신과 훌륭한 미덕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가 하나로 되고 민족이 하나가 되는 대사를 치러가면서 무엇 때문에 북과 남을 가르고 주의주장을 앞세우며 승부를 겨룰 내기를 하겠습니까.

45년동안이나 분렬의 비극을 겪으며 서로 반목 질시하고 대결해온 것만 하여도 가슴아픈 일인데 무엇 때문에 이제 더 이념과 제도의 차이를 앞세우면서 서로 불신하고 대결하며 불안하게 살아가겠습니까.

조국통일위업은 자기의 사상과 리념과 제도를 상대방에 강요하는 방법으로는 실현할 수 없습니다.

북과 남에는 오랫동안 서로 다른 사상과 제도가 존재하여왔으며 그것은 이미 반세기 가까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굳어져 왔습니다.

우리가 신봉하는 사상과 제도에 대하여 말한다면 그것은 사람을 가장 귀중히 여기는 주체사상이며 모든 것이 사람을 위하여 복무하는 주체의 사회주의제도입니다.

우리 인민은 지난 40여년동안의 생활체험을 통하여 이 사상과 제도야말로 가장 철저한 자주성을 보장하여 주고,문명한 생활을 누리게 하여준다는 것을 심장으로 느끼고 끝까지 옹호하고 빛내어나갈 확고한 결의에 넘쳐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것을 남조선에 절대로 강요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나라의 통일문제를 먹고 먹히는 방법이 아니라 북과 남의 서로 다른 사상과 제도를 그대로 두고 연방국가를 창립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처럼 서울에 온 기회에 남측의 여러 정당ㆍ단체인사들과 각계 인민들과도 만나 인사를 나누게 될 것을 희망합니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일은 시작되었으며 우리는 반드시 삼천리 강산에 통일조국을 일떠세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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