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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최대적은 50도고온ㆍ모래바람/사우디 사막장기주둔 문제점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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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최대적은 50도고온ㆍ모래바람/사우디 사막장기주둔 문제점 노출

입력
1990.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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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신 늘어나고 탱크 통풍장치도 막혀/식수따라 작전제한… 방호복 고통가중/“인내력 한계”병사들 속전원해지난달 8일 조지ㆍ부시 미 대통령이 사우디파병을 공식 선언한 이후 현재 페만지역에 포진한 미군의 숫자는 거의 10만명을 헤아리고 있다.

전면전에 대비한 「스윙팀」의 일원으로 명령 18시간만에 본토에서 이동한 제82.101 공정대원을 선두로 중무장을 갖춘 제24기갑사단,해병상륙정단에 이어 사상처음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소속 미군들도 사우디땅을 밟고 있다.

미군의 파병수는 계속 늘어나 오는 10월이면 예정된 25만명에 이르게돼 한국전이후 최대의 병력,월남전 이후 최고의 화력이 페만일대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사태의 양상은 화전양국면을 왔다갔다 하면서 결정적 군사충돌이 없는 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장기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담ㆍ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개입을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는 투쟁이 될 것』이라고 은근히 경고한 것처럼 사우디 주둔 미군들은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총구를 겨눈채 마냥 「끝이 없는 모래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주권국가를 침공한 국제사회의 「무법자」이라크를 응징하기 위해 「자유의 십자군」으로 이곳에 파병됐다고 자부하는 미군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라크군의 T72 전차나 AK47 자동소총만이 아니다. 현재 눈앞의 적은 오히려 아라비아사막 특유의 미친듯한 태양열과 숨이 차는 뜨거운 모래바람이다. 제82 공정대원으로 4주를 사막속에서 보낸 한 미군병사는 『당장 한판붙어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까지 하소연한다.

딕ㆍ체니 미 국방장관은 『미군의 사우디주둔이 2년이 될지 3년이 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일선 지휘관사이에서는 주둔이 장기화되면 부대의 전투력ㆍ사기가 극도로 저하될 것을 우려,속전속결을 건의할 정도다.

장기주둔의 허점이 이미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낮의 기온이 섭씨 50도를 넘나들어 달궈진 탱크의 철갑위에다 계란프라이를 해 먹을 수 있을 정도이니 제아무리 최첨단 과학장비라해도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근접전투지원기로 탁월한 성능을 인정받은 영국군의 토네이도전투기는 고온에 캐노피(조정석덮개)가 늘어나 개폐가 안되는 바람에 병사들은 해만 뜨면 캐노피를 식히기 위해 덮어둔 물 젖은 타월을 교체해주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또 사막전의 왕자로 일컬어지던 미군의 M1 탱크도 통풍장치인 필터의 약점이 노출,거센 모래바람 때문에 하루에도 몇차례씩 교체해줘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외에도 야포의 포신이 늘어나 연속사격능력뿐 아니라 명중률도 현격히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으며 조준사격을 위한 투시경도 한치앞을 구분못할 정도의 바람속에서는 눈뜬 장님신세가 돼야할 판이다.

또 사막특유의 지형은 이제까지의 험난한 전투를 다 치렀던 베테랑마저 당혹하게 한다. 특정지형지물이 없는 사막위에다 지도상의 좌표찍기가 매우 곤란해 미군의 최대강점인 화력집중의 정확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실제로 모의훈련을 거듭하고 있는 미군의 관측소대들은 포병에게 알려준 사격권안에 번번이 자신들이 포함돼 있음을 나중에,알고는 진저리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아군식별용 대공포판을 가지고 있더라도 강한 햇빛을 마주해야 하는 전투기 조종사들의 부신 눈으로는 판별이 곤란,자칫 오폭으로 인한 대형참사 마저 빚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장비보다도 인간인 병사 개개인이 치러야 하는 「인내력의 한계」와의 또다른 전투다.

위장망으로 친 그늘속에도 35도를 넘나드는 혹서로 인한 탈수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평상시 병사 1인당 1일 9ℓ씩 보급되던 물이 파병후엔 두배가 넘는 22ℓ로 늘어났다.

체력적응을 위해 아예 1시간에 1ℓ씩 물을 마시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주둔군수가 25만명에 이르게 되면 샤워ㆍ조리ㆍ장비정비용을 빼고 음료수로만도 1일 소요량이 6천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병참보급책임자에게 또다른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통상 3일분의 탄약등 전투장비는 휴대할 수 있으나 3일분인 60ℓ 이상의 물은 각개병사가 휴대할 수 조차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군이 포진하더라도 그들의 「젖줄」인 해안의 담수공장(해수를 담수로 바꾸는 공장)을 끼고 작전해야 하기 때문에 미군의 전투반경이 자연히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약점이 있다.

미군을 노리는 「공포」는 또 있다. 바로 이라크가 보유한 화학병기이다. 항공기나 사정거리 9백㎞의 알압바스 탄도미사일에 의해 언제 투하될지 모를 이 가공할 무기에 대비해 방독마스크ㆍ방호복ㆍ장갑ㆍ부츠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으나 이것이 도리어 고통이 되고 있다. 10시간 이상 착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방호장비라지만 실제로 사막에서 사용해본 결과 30분도 견디기 어려운 것으로 판별됐다.

자동소총까지 합해 30㎏의 대 화학전장비를 갖추고 행군훈련을 한 병사는 『5분만에 녹초가 됐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월남전 이후의 베이비붐세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이들 자유분망한 미국의 젊은이들이 전통회교국인 사우디에서 겪어야 하는 문화쇼크ㆍ연속된 긴장상태ㆍ향수 등 정신적 고통은 사막이 안겨주는 육체적 고통에 비하면 사치스러울 정도이다.<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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