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디 미 재무장관의 내한을 보는 시각니콜라스ㆍ브래디 미재무장관이 미군의 중동파병과 관련하여 한국의 경비분담을 요청하기 위해 빠르면 금주초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에 접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정리해 본다.
명분상으로 볼때 우리는 미국의 어려운 사정을 도와주어야 할 처지에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려웠을 때 도와준 전통 우방에 대해 「나 몰라라」하고 외면하기도 어렵겠거니와 주한미군을 주둔시켜 가면서 대북전쟁 억지력을 유지해 주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때도 미국의 요구에 인색할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당해내기 어려운 과도한 요구라면 다부지게 따져야할 것은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시대통령이 중동분담금을 거론하면서 일본,서독과 함께 「한국」을 지칭했을 때 느낀 심정은 솔직하게 말해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일본에 13억달러,서독에 6억달러를 요구했으니 우리에게 할당되는 분담요구액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추산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재정형편은 지금 막대한 자체방위비를 지출하는데도 허덕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주한미군에 대한 인력지원비,운영유지 관련비용 등 직간접 비용으로 지난해에만도 22억1천9백50만달러(약 1조6천억원 상당)을 부담했고 이런 부담액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추세에 있어 짐이 무거워지고 있다.
아직도 순외채가 2백억달러이상 남아있는데다가 수출부진등 경제침체까지 겹쳐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각국의 경비부담액중 상당부분은 현지에 다국적군의 일부를 파견했거나 대이라크 경제제재조치에 협력함으로써 교역및 자원관리상 손해를 보고있는 이집트,모로코,요르단,인도,필리핀 등 국가들에 지급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아연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지원받을 나라의 대열에서 겨우 빠져나왔는지는 모르나 아직 그들 국가들을 지원해줄 만큼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과도한 분담요구 가능성은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함정일 수도 있음을 자계해야 한다고 믿는다.
5공이래 우리 경제의 실력을 실체이상으로 대외 홍보해온 것이나,동구등 북방외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선심을 앞세운 외교적 단견등이 부시대통령에게까지 일본,서독에 다음가는 여유국가로 과대평가하게 했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동원유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대중동 외교적 입지도 국익을 중심으로 냉정히 검토해야할 부분이다.
브래디재무장관이 내한하면 분담금의 내역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되겠지만 과도한 요구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합리적인 우리측의 입장을 반영해야 할 것이고,어느 경우이더라도 모든 국민들이 알고 납득할 수 있게끔 협의를 공개적으로 진행시킬 것을 촉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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