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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총리회담 관련 전례로 본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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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총리회담 관련 전례로 본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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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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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접견 1시간이상… 차만 대접/첫 공식행사… 각료급 의전 준비/72년 양측 밀사 첫 교차방문 「7ㆍ4 공동성명」 내놓아/김일성 “박대통령님” 파격 호칭… 청와대 습격 사과도오는 4일 시작되는 제1차 남북 고위급회담의 하이라이트는 노태우대통령의 북측대표단 접견이라 할 수 있다.

북한측 단장인 연형묵정무원총리는 남북 분단이래 서울을 방문하는 최고위 인사.

따라서 6일 하오로 예정된 연총리의 노대통령 예방은 분단 45년동안 상호실체의 부정으로 계속돼 온 남북한 관계사에 획기적 역사성을 띠고 있다고 보여진다.

마찬가지로 우리측 대표단이 평양방문기간중 이루어질 강영훈국무총리의 김일성면담 역시 전례없는 이벤트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즉 지난 72년 남북 조절위대표들의 상호 정상면담에 비해 이번의 경우는 그 급과 공개ㆍ공식성에서 현격한 질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

따라서 면담석상에서의 대화내용은 물론이고 면담절차 및 의전 등 모든 면에서 새롭게 만들어질 남북관계의 「전례」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조절위의 정상면담

○…남북한 대표단의 양측 정상면담은 지난 72년 「7ㆍ4 공동성명」에 따라 가동된 남북한 조절위일행의 공개행사이기도 했지만,더 앞서 이루어진 남북한 비밀접촉과정에서도 이뤄졌다.

공개적으로는 그해 11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조절위공동위원장 2차 회의에 참석중이던 우리측 대표단의 김일성면담이 최초.

72년 11월2일부터 4일까지 2박3일간의 회담을 위해 평양에 머물던 우리측 일행은 우리측 공동위원장인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을 비롯,장기영 최규하 강인덕 정홍진씨 등 보좌관 4명.

평양방문 이틀째인 72년 11월3일,상오 10시 속개될 예정이었던 남북 조절위공동위원장 2차 회의의 두번째 회담일정이 돌연 변경되고 예상을 뒤엎은 우리 대표들의 김일성면담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회담예정시각인 상오 10시 북한의 박성철부수상은 우리측 일행 숙소인 모란봉 초대소로 이위원장 등을 방문 환담하는 자리에서 김일성면담 사실을 전격 통보했다.

이위원장은 박부수상과,나머지 4명의 우리측 보좌관은 북한측 보좌관 인사들과 각각 승용차를 나눠타고 숙소를 나섰으며 보도진은 동행하지 못했다.

이위원장은 우리 일행과 함께 상오 10시15분부터 김의 집무실에서 낮 12시20분까지 2시간5분여동안 김일성과 환담한 데 이어 오찬을 함께했으며 하오 1시55분부터 하오 2시40분까지 45분간 김일성과 단독으로 남북 현안에 대해 요담했다. 이위원장으로서는 김과의 단독요담이 그해 5월이래 두번째가 되는 셈이었지만,이위원장과 악수를 나누는 김일성의 사진은 당시로서는 처음 공개된 것.

환담과 오찬분위기는 화기애애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면담과정에서 나타나듯 공식성을 부여할 만한 의전적 「배려」는 의식적으로 배제시키려 한 흔적이 역력한 것을 알 수 있다.

○…그후 박정희대통령은 그해 12월1일 전날 정식구성된 남북 조절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북한측대표단의 예방을 받게 된다.

11월30일부터 12월2일까지 2박3일간의 회의에 참석중이던 북측대표단은 김영주공동위원장을 대리한 박성철부수상 등 5명이었다.

박대통령은 1일 하오 6시 청와대에서 박 부수상등 북한 조절위원들을 접견,35분간 환담을 나눈 뒤 우리측 위원들도 동석한 만찬을 가졌다. 북한측 대표들의 박대통령 면담은 그전 11월 우리측의 김일성 면담의 전격성에 비해 예상된 일정이었으나 박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북한위원들이 박대통령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이는 장면의 사진이 보도되면서 남북한간의 화해무드를 한껏 고조시키기도 했다.

북한의 박성철 역시 이후락위원장이 김일성과 독대한 것처럼 박대통령을 따로 만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같은 상호 정상면담에서 정상간 「간접대화」가 오고갔을 가능성이 컸겠지만 우리측 이위원장은 당시 이에대해 『굉장히 사적인 문제에 속한다』며 언급을 피한 뒤 『다만 친서교환은 없었다』고 밝혔었다.

○7ㆍ4전의 비밀면담

○…남북 조절위대표단의 상호 정상면담이 「행사」의 성격을 띠는 것이라면 이에앞서 7ㆍ4 공동성명을 낳았던 남북 비밀접촉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박성철부수상의 면담은 메가톤급의 극적 사건이라 할 만했다. 이 정보부장은 72년 5월2일 당시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평양밀행을 감행했다.

이부장은 그날 낮 12시 서울을 떠나 남측 밀사였던 정홍진씨(당시 한적회담 운영부장)와 경호원 의사 각 1명씩 3명의 수행원만 대동하고 판문점을 넘어섰다. 정씨와 북한측 김덕현과의 실무접촉및 서울ㆍ평양 교환방문을 통해 이루어진 이부장의 방북은 5월5일까지 3박4일간 이었는데 이틀째인 3일 심야에 김일성의 관저에서 김을 처음 대면했다. 남북 고위층의 첫 대면이었다.

이부장의 김일성 면담은 정확하게 5월4일 0시15분부터 0시30분까지 였다. 장소는 평양 만수대의 관저.

이어 4일 하오 1시부터 2시10분까지 1시간10분간 같은 장소에서 2차 면담을 갖는 등 2차례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부장은 김을 「수상님」이라고,김은 박대통령을 「대통령께서」 때로는 「대통령님」이라고 호칭하는 등 파격적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허심탄회하게 오갔던 대화분위기는 김이 청와대 습격사건에 대해 『박대통령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됐다』고 말해 이를 시인할 정도였으며,두차례의 면담에서 박대통령과 김의 메시지는 「가장」 정확하게 교환됐다. 상호 군사도발 의사가 없음이 확인됐고,단결 평화 외세배격 등 남북관계의 기본원칙들에 대한 공감대가 조성됐으며 남북 조절위구성의 테두리가 마련됐다.

그후 5월29일부터 6월1일까지 북한의 박성철부수상이 서울로 밀행,박대통령과 한차례 회담을 가졌고,역사적인 7ㆍ4 공동성명의 「깜짝쇼」가 남북한 동시에 발표됐다.

○청와대의 면담준비

○…청와대는 오는 6일 노대통령의 북한 연형묵총리 등 북측대표 7명 접견행사에 대비해 여러가지 복안을 세우고 있다.

청와대는 노대통령의 북측대표 접견행사가 남북관계에서 과거 전례가 없는 최초의 공개행사인점을 고려,의전형식과 절차에 적지 않은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하다. 의전관계자들은 1일 구수회의를 갖고 우선 대강의 틀을 논의,형식과 절차는 외국의 고위급 각료접견 행사에 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접견장소는 청와대 본관 대접견실로 예정해 놓고 있다. 북측대표단의 수가 많은데다가 강총리등 우리측 대표단도 배석하므로 평소 노대통령이 예방자 접견장소로 쓰이는 소접견실은 장소가 협소하기 때문이다. 한때 비서실 일부 관계자들이 영빈관을 접견장소로 쓰자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격에 맞지 않는다」는 다수 의견에 따라 채택되지 않았다.

접견시간은 대략 1시간이 넘을 것으로 의전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노대통령이 연총리 등 북측대표및 우리측 대표일행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인사하고 자리에 앉아 대화를 시작한다면 접견시간은 자연히 길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과는 내놓지 않고 차만 내놓기로 했다.

연총리 일행과 청와대 예방에는 수행원및 북측기자들이 참석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식행사이기 때문에 우리측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취재와 사진취재는 가능하다. 노대통령은 북측대표 접견시 주로 연총리와 많은 대화를 나눌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노대통령이 어떤 화제로 대화를 끌고 나가고 북한주석 김일성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가 벌써부터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또한 연총리 등 북측대표 일행이 노대통령을 어떻게 호칭할지도 흥미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들은 북측 대표들이 노대통령에 대해 깍듯한 국가원수로서의 예우를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 유추되어지는 노대통령의 화제는 북한주석 김일성의 안부를 묻고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따라서 연총리를 통한 북한주석 김일성과 간접대화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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