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없는 점포」 자판기 인기/“황금거위” 연 매상 25억원… 23명에 1대꼴 보급/연중 무휴 식품ㆍ꽃등 취급… 금융부문까지 확산지난 한햇동안 자판기가 올린 매상액이 5조엔(25억원 상당)을 돌파한 것을 기점으로 일본은 생산에서의 무인화에 이어 본격적인 무인영업시대로 돌입했다.
자판기는 청량음료 커피 햄버거 등 식품류에서 여성속옷 선물용 꽃 음란잡지에 이르기까지 소형상품은 거의 대부분 취급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돈을 자동으로 예금시키고 인출할 수 있는 지급기(ATM)등 자동화설비를 갖춘 무인은행을 경쟁적으로 증설하는등 무인영업바람은 이미 판매분야뿐만 아니라 금융부문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
무인영업기는 하루 24시간 연중무휴로 「근무」하면서 여러명 분량의 업무를 불평없이 해내는데다 신규 점포 설치비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구인난에 골머리를 앓지않아도 되는 장점때문에 기업들로부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 보급된 자판기는 약 5백40여만대. 23명당 1대 꼴로 전국 어디에나 깔려 있다.
지난해 자판기가 올린 판매액은 88년보다 10.4% 증가해 5조4천7백억엔을 기록,보급된지 20여년만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이에 따라 자판기의 전력소비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5백만㎾급 원자력 발전소의 발전량을 다 써도 모자랄 정도다.
일본을 세계최대 자판기왕국으로 끌어올리는데 견인차 노릇을 한곳은 식ㆍ음료업계. 캔음료 판매량의 70% 정도가 자판기로 판매되고 있다. 그래서 자판기를 장악한 회사가 음료업계를 지배한다는게 업계의 통설이다.
최근에는 자판기 한대의 판매량이 평균규모의 편의점(CVS)을 압도한다는 한 음료회사의 조사가 나와 업계의 자판기 쟁탈전을 더욱 가열시켰다.
즉 자판기 한대는 1년간 2백50㏄짜리 30개들이 캔음료 박스 2백50∼3백상자 정도를 팔아치운다는 것. 이는 신설편의점의 캔음료 연간평균판매량의 2∼3배에 해당한다는 것.
자판기시장에 불을 붙인 기업들은 자판기를 판매뿐만 아니라 광고요원으로도 활용,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았던 일본 코카콜라사. 이 회사는 자판기를 예쁘게 설계하고 화려한 조명기구까지 설치,거리의 광고맨으로 변신시키면서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코카콜라사는 판매가 크게 호전되자 자판기를 매년 12만대씩 올려 현재는 약 70여만대를 보유,일본내에서 자판기 최다보유회사가 됐다.
일본에서는 자판기에서 주류판매를 허용하고 있는데 아사히맥주는 3년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이맥주를 자판기로 판매,짭짤한 재미를 봤다. 이 회사는 금년말까지 자판기를 2만5천대로 늘릴 예정. 이밖에 음료ㆍ주류회사인 산토리사가 92년까지 청량음료 자판기를 현재의 2배 규모인 30만대로 대폭 늘리기로 하는 등 각 회사들이 자판기설치에 필요한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있다.
업종이 다른 회사끼리 연합해 자판기를 통한 무인영업을 강화하는 것도 최근의 새로운 추세. 커피회사인 네슬레사는 자판기를 통한 캔커피판매가 부진하자 자판기를 30만대 갖고 있는 대총그룹과 제휴,오는 9월부터 시장만회 작전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자판기제조회사의 사세가 급성장하고 있다. 톱메이커인 부사전기의 음료용자판기 판매량은 3년연속 2배씩 늘었다. 구보다사는 수요를 감당못해 지난해 55억엔을 투입,공장을 신축했다.
또 업계간의 경쟁이 뜨거워지자 산요사가 호텔용 속옷자판기ㆍ상품배출구를 허리높이까지 올려 제품을 꺼내기 쉽게한 자판기를 개발하는등 각종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이같은 무인판매기 설치확대가 항상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길가에 불법으로 설치,통행에 지장을 초래해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했고 자판기가 지나치게 고급화ㆍ대형화해 감가상각비가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생겨났다. 특히 자판기가 벌어들인 돈을 꺼내올 인력이 부족해 외국인과 여성을 아르바이트로 고용,인력난을 타개하고 있다.
한편 시중은행들도 ATM과 현금지급기(CD)에 의한 무인은행을 역부근에 집중적으로 증설,샐러리맨의 소규모 유동자금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1백여개의 무인은행을 갖고 있는 삼화은행은 93년까지 수도권에 3백개,전국적으로는 약4백50개의 무인은행을 신설,지점망이 취약한 약점을 만회할 계획이다. 이밖에 부사ㆍ삼릉은행도 올해안에 50개 이상의 무인은행을 신설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일부은행은 「일요일에는 논다」는 관례를 깨고 휴일에도 입ㆍ출금이 가능한 「선데이 뱅킹」을 늦어도 내년초까지 도입키로 해 금융문화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김경철기자>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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