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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는 긴장줄었지만 “폭풍전야”/일부 생필품 동나 배급도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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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는 긴장줄었지만 “폭풍전야”/일부 생필품 동나 배급도 중단

입력
1990.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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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참여국 사람 상점 푸대접/탈출못한 애ㆍ비인등 텐트 노숙/페만사태 한달… 배정근 특파원 이라크서 제1신페르시아만사태가 발생한 지 꼭 한달을 맞은 2일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는 금세라도 폭발할 것 같던 긴장감이 한풀 꺾이고 표면상으로는 서서히 과거의 정상적인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적어도 외견상은 기자가 지난해 4월 방문했을 때와 별다른 차이점을 느낄 순 없으나 이같은 중에도 페만을 감싸고 있는 전운은 바그다드시 곳곳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음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관련기사2ㆍ4면>

무엇보다도 서방의 해상봉쇄조치가 본격화되면서부터 심각해지기 시작한 식량등 물자부족 현상이 이라크인들의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그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이라크정부는 식료품을 제때 공급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지만 밀ㆍ쌀ㆍ설탕 등 기본생필품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물자는 이미 배급이 중단된 상태이며 상당수 식료품상점이 문을 걸어닫았다.

물자부족 현상은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그래도 나은편이고 지방에서는 훨씬 혹독한 생필품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현지인들은 말한다.

이때문에 이라크 전역의 물가는 페만사태이후 급속히 치솟고 있으며 이로인해 이라크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바그다드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들은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 이집트 필리핀 등지에서 온 가난한 노무자들은 숙소를 구하지 못해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이중에서도 파키스탄 이집트중 사우디에 병력을 파견한 나라 출신의 외국인들은 상점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등 노골적인 푸대접을 받고 있다.

이라크당국은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에 대한 각국의 대응정도에 따라 그나라 국민을 차등대우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때문에 바그다드주재 각국 대사관들은 이번 페만사태에 대한 본국 정부의 대처에 일희일비하며 가슴을 죄고 있는 형편이다.

실생활의 어려움만 뺀다면 일견 평화로운 모습과 달리 현지의 언론과 관리들은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 이라크에 무력행사를 할 것이라며 그 시기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그같은 무력행동이 바그다드공습과 같은 전면공격은 아닐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단서를 달며 위안을 찾고 있다.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의 현재 모습은 푹풍전야의 고요함이라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그 폭풍이 언제 어떤 식으로 바그다드를 휩쓸고 지나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역시 겉모습만으로 볼때 바그다드 시가지는 한가롭기까지 하다.

잘 정돈된 시가지는 예전처럼 많은 차량과 행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대부분의 상점들이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등 지극히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곳 주민들에 의하면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점령한 직후만 해도 바그다드의 분위기는 지금 과 전혀달랐다고 한다.

국영 방송매체들이 연일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전면전 준비를 촉구하는 긴박한 분위기속에서 미군공격에 대비,많은 바그다드시민들이 빠져나가 한동안 도시전체의 죽은 듯한 적막감이 감돌았다고 한다.

이같은 분위기변화는 한달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히 초기에 가졌던 경계심이 완화된 것도 한가지 원인이지만 이보다는 이라크 당국이 이번 사태를 무력충돌이 아닌 정치적 타협으로 해결하기 위해 온건한 자세로 급선회한 데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라크정부는 이날 바그다드에서 취재중인 서방기자들을 공항으로 안내해 이들의 출국장면을 취재토록 하는 등 화해 제스처를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

또 지난달말 까지만해도 미국의 NBC ABC,영국의 BBC 등 서방주요 언론사 보도진 만이 제한적으로 입국이 허용됐으나 최근에는 취재를 희망하는 각국 언론들에 대부분 입국을 허가,바그다드로 몰려드는 외국보도진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서방보도진들이 몰려드는 것은 이라크의 입장을 알린다는 효과 못지않게 이라크 국민들을 짓누르는 고립감을 덜어주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바그다드 시가지에서 이라크군을 쉽게 볼 수 있는 점이 이전과 약간 다른 모습이었으나 무장한 군인들은 별로 없으며 길에서 검문하는 광경도 찾아보기 어렵다.

티그리스강변에 위치한 대통령궁 입구에는 소형 대공포 2대가 배치돼 있으나 경비가 예전에 비해 삼엄해진 흔적은 없었다.

대통령궁 앞길에는 3∼4명의 군인들이 기관총을 들고 경비를 하고 있었으나 이들도 지나가는 차량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바그다드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후세인대통령의 초상화도 예전 그대로 이고 다만 그것들을 보는 기자의 느낌이 새로울 뿐이었다.

기관총을 들고 전투를 하는 모습과 양복차림으로 인자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의 두 초상화가 오버랩되는 것이 마치 이번 사태해결에 대해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다.<바그다드=배정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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