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돌파구」마련에 회의/후세인만 선전장화… 아랍단결/일부선 협상창구 단일화땐 타협가능 기대하비에르ㆍ페레스ㆍ데ㆍ케야르 유엔 사무총장과 타리크ㆍ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의 회담은 「혹시나」했던 당초 일말의 기대에도 훨씬 못미치는 부수적이고 제한된 협상통합론을 마련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회담을 지켜본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페르시아만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에는 처음부터 한계를 지니고 있었음을 새삼 지적하고 있다.
사실 케야르 사무총장이나 아지즈 외무장관 모두 사태 해결을 위한 타협안을 주도적으로 제시할 입장이 못된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을 통해 타협점이 발견되기를 기대했던 것은 무리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갖는 보다 근본적인 한계는 회담의 배후실세라 할 수 있는 조지ㆍ부시 미 대통령과 사담ㆍ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각자 다른 이유와 목적으로 이번 회담개최를 방관하거나 이용한데 있다.
후세인 대통령은 매우 절박하고 현실적인 속셈으로 케야르 사무총장의 협상 제의를 선뜻 수락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시시각각으로 증강되고 있는 미군의 전력은 후세인 대통령에게 위협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야르 사무총장과의 협상 테이블은 미국과 다국적군의 공격으로부터 후세인 대통령을 보호하는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케야르 총장과의 회담은 후세인 대통령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전장이 될 수도 있다. 쿠웨이트 합병의 당위성과 유엔 경제제재조치의 부당함,그리고 아랍민족주의의 정당성을 주창함으로써 현재의 상황을 고착화시키고 아랍권 내부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설령 이러한 의도가 1백%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하더라도 서방국가들의 단결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계기와 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어느모로 보나 실보다는 득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반면,부시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은 달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반대할 수도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번 회담이 자칫 후세인의 평화공세장으로 화할 경우,대 이라크 공동전선을 펴고 있는 우방국들 사이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시간은 부시의 편이 아니라 후세인의 편』이라는 말이 대변하듯 별소득없는 회담은 부시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콜린ㆍ파웰 합참의장등 안보회의 보좌관들은 『3∼6개월 이내에 대 이라크 봉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와해될 것』이라며 부시에게 신속한 군사작전 개시를 건의하고 있다.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 일부국가도 대화를 통한 해결은 이라크의 영향력만을 증대시킬 뿐 문제의 근원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무력을 사용한 이라크 군사력의 분쇄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부시 대통령에게도 시간은 필요하다. 공격에 필요한 지상군병력 20만명을 페만에 집결시키려면 최소한 3∼4주가 걸린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긴장이 지속돼 공격의 명분을 찾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케야르 총장의 협상을 전폭 지지할 가능성은 적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케야르 총장의 협상노력은 페만 사태의 핵심 문제보다는 인질 석방등 인도적인 차원에 국한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일부 관측통들은 장기적으로 케야르 총장의 협상 창구가 나름대로의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아랍연맹등 아랍권 국가들이 사분오열된 상태에서 후세인 요르단 국왕이나 아라파트 PLO 의장등 다른 중재자들의 역할이 오히려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전망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즉 케야르 총장으로 협상 창구가 단일화될 경우 미국과 이라크의 첨예한 입장 차이를 비교적 왜곡과 편견없이 양쪽에 전달하고 이해시킴으로써 평화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이다. 어떤 점에서 이러한 기대는 냉전체제 종식 이후 유엔의 역할에 대해 거는 인류의 기대라고도 볼 수 있다.〈김현수기자〉
◇페만사태 일지
▲8ㆍ1=석유 및 영토문제로 이라크쿠웨이트 교섭 결렬
▲8ㆍ2=이라크 쿠웨이트 침공. 「쿠웨이트 임시자유정부」수립. 유엔 대 이라크 비난 및 철군요구 결의안 채택
▲8ㆍ3=긴급 아랍 외무장관회담 및 페만협력기구(GCC) 대 이라크 철군 요구
▲8ㆍ8=미ㆍ영 사우디 파병발표. 이라크,쿠웨이트 합병 선언
▲8ㆍ9=유엔 합병무효화 결의안 채택
▲8ㆍ16=미 해군 페만 항해선박 검색 착수
▲8ㆍ17=이라크 외국인 인질화 선언
▲8ㆍ18=미 함정 이라크 유조선에 위협 발포
▲8ㆍ20=이라크,쿠웨이트 주재 외국공관 폐쇄요구
▲8ㆍ23=이라크군 19개국 대사관 포위. 부시,전쟁대비 선언
▲8ㆍ25=유엔 무력사용 압도적 승인
▲8ㆍ27=이라크,쿠웨이트 조건부철군 시사 및 여자와 어린이 인질석방 발표
▲8ㆍ29=대 이라크 공중봉쇄 검토
▲8ㆍ30=미,페만비용 분담 요구
▲8ㆍ31=케야르 유엔 사무총장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회담. 여자와 어린이 인질 19명 요르단 도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