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남자 4명 악몽“몸서리”/급브레이크… 요동… “캄캄”/깨진 창문통해 「기적」탈출【여주=임시취재반】 섬강교추락버스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승객은 19∼25세의 건장한 남자 4명에 불과했다. 사고현장에서 25㎞ 떨어진 이천금강병원에 입원한 이들 4명은 골절 찰과상 등을 입고 치료중이다.
공교롭게 뒤편에서 3번째 좌석에 앉아있었던 생존자4명은 버스가 다리난간을 들이받고 추락할때 깨진 유리창을 통해 헤엄쳐나와 목숨을 건졌는데 『흙탕물 때문에 차내가 아무것도 안보일 정도였다』고 악몽같은 사고순간을 되새기면서 자신들의 생존이 믿어지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들은 사고버스 앞부분부터 물에빠져 들려들어온 강물의 수압으로 앞쪽좌석의 승객들은 대부분 실신해 탈출치 못하고 익사했으며 버스가 뒹굴며 떠내려가는 동안 차창밖으로 튕겨나가 급류에 휘말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중 서보웅군(19ㆍ재수생ㆍ서울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 106동704호)은 함께 구조된 김영준군(19ㆍ경기 부천시 남구 괴산동 3의2)과 실종된 현운찬군(19ㆍ충남 예산군 예산읍 예산리 200) 등 학원친구 3명이 진부에 놀러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구조된 서군과 김군 등은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아있었으며 실종된 현군만 바로앞에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채 뒷쪽으로 돌아앉아 얘기를 나누다 변을 당했다.
서군은 『버스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자 차체가 지그재그로 요동치다 난간을 들이 받고 떨어졌다』며 『핸들을 꺾는 순간 여자승객들이 비명을 질렀으며 물속으로 빠져들자 흙탕물 때문에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말했다.
서군은 『버스가 물에 빠지는 순간 좌석옆 유리창이 깨져 앞이마ㆍ콧등 등에 찰과상을 입었으며 손으로 더듬어 유리창을 찾아 빠져나왔다』며 『수면위에 헤엄쳐 올라와보니 「사람살려」라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렸고,사람인듯한 물체ㆍ가방ㆍ신발ㆍ젖병 등과 버스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떴다하며 급류에 내려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군은 또 『친구 김군이 내 이름을 크게 부르는 소리를 들었으며 강기슭으로 20여m를 헤엄쳐 구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서군은 『지난달 30일 강원도 친척집에 놀러가자며 친구들을 데려갔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실종된 현군이 입은 운동복바지에 주머니가 없어 나에게 맡긴 수첩이 유품이 됐다』고 울먹였다.
어깨뼈골절상 등을 입은 김영록씨(25ㆍ무직ㆍ강원 평창군 방림면 방림리 493)는 실종된 친구 김영기씨(25ㆍ농업)와 함께 서울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강원진부에서 버스를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
김씨는 『버스가 물속에 잠기자마자 깨진 창문 등으로 흙탕물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안전벨트를 풀고 물위에 떠오른 버스뒷부분으로 헤엄쳐 올라갔다가 유리창이 깨지지 않자 좌석손잡이 등을 잡고 깨진 창문을 손으로 더듬어 찾아내 탈출했다.
김씨는 강기슭으로 헤엄쳐 버드나무가지를 잡은뒤 오른쪽어깨 골절 등의 부상으로 힘이 빠지자 허리띠를 풀어 나무가지에 묶고 구조를 기다렸다.
최경순씨(25ㆍ경희대원자력공4ㆍ강원 평창군 진부면 상진부리 227)는 혼자 고향에 다녀오던 길이었는데 차가 물에 빠진뒤 한바퀴 도는 순간 이미 승객들이 정신을 잃었으며 자신은 다시 차가 돌며 물속에 잠길때 미리 확인했던 깨진 유리창으로 헤엄쳐 탈출했다고 말했다.
◇임시취재반
▲사회부=유승우ㆍ이충재ㆍ하종오ㆍ남경욱기자
▲사진부=김건수ㆍ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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