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총리 첫 회담,만남과 교류의 시작남북 총리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당초 예정대로 4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열리게 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우리는 총리회담이 횟수를 더해가면서 남북한간의 긴장완화ㆍ신뢰회복ㆍ교류촉진의 길을 열어 통일기반을 구축하는 발판이 될 것을 기대하면서 남북한당국도 이 점을 깊이 새겨줄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
이번 총리회담은 분단이래 또하나의 획기적인 대사건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남북간에는 공식ㆍ비공식적인 회담과 접촉이 적지않았지만 총리급의 고위당국자가 대좌하여 정치ㆍ군사 등 모든 문제를 논의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지난 45년동안 적대와 긴장이 지속된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회담은 그저 양측의 총리가 만났다는 자체만으로도 그 의의는 매우 크다 하겠다. 어느 면에서 이번 총리회담의 진전여부는 1990년대 모든 남북대화와 통일노력의 성패가 달려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일찌감치 총리회담원칙에 합의했으면서도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여왔던 북한이 막바지에 선뜻 호응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동구의 민주화 물결과 독일통일의 급진전 추세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감안,평화통일의지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되며 또 파탄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미국,일본 등에 대한 경제협력을 촉진하는 데 따른 개방과 대화제스처로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대북한 군원,무역,석유공급의 파이프를 쥐고 있는 소련의 개방압력도 생각할 수 있고 이밖에 남한의 북방정책과 유엔 단독가입추진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세계적인 화해와 개방추세에 따라 총리회담에 응하기로 한 점은 평가해야 할 것이다.
지금 나라안팎의 관심은 서울회담에서 북한이 풀어놓을 주장과 제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의 주장과 제의는 세가지로 상정할 수 있다. 즉 김일성이 신년사와 지난 5월24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강조한 대로 콘크리트장벽 철폐,문익환목사 등 구속자 석방,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전제로 한 남북한 자유왕래를 제의하고 영구분단고착을 들어 남한의 유엔 단독가입을 반대하며 남북한 군대를 10만으로 조속히 감축하자는 안을 제기할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 남한측은 노태우대통령의 7ㆍ20 민족대교류선언에 따라 제한없는 남북주민의 자유왕래,통신 통상 교류 등 3통 협정추진,정상회담 개최를 통한 불가침협정 체결,그리고 선정치ㆍ군사적 신뢰구축 후 군비통제를 강조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회담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남북당사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 회담을 위장평화의 선전장으로 이용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통일논의는 어디까지나 순수해야 한다. 여기에는 승리도 패배도 없다. 오직 승자는 한민족 전체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노파심에서 북한측에 당부하고자 한다. 만에 하나 이번 회담을 대남 정치선전장으로 이용하거나 또는 남한의 재야 운동권학생등 반정부세력의 동요ㆍ호응을 겨냥하는 언동은 결코 삼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음은 상대방의 의견과 제의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성실하게 분석 검토하는 일이다. 상대방의 주장을 무조건 일축하고 반대,비방하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
특히 남한정부는 총리회담이 장차 순조롭게 촉진되도록 큰 아량과 인내심을 갖고 임해야 한다. 북한이 어떤 무리하고 억지의 주장을 펴도 이를 폭넓게 검토한다는 자세를 보이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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