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안보 구축ㆍ경제협력 추구/평양에 “긴장완화 불가피”강조/새질서 주도권 위해 아ㆍ태 외무장관회담 제의할 듯1일부터 시작되는 예두아르트ㆍ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의 동북아순방은 여전히 냉전체제의 두터운 벽이 허물어지지 않고 있는 이 지역에 새로운 화해분위기를 조성해보려는 시도라고 일단 평가할 수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로 비롯된 소련의 신사고정책은 그동안 동구권의 혁명적 변화와 급속한 독일통일의 원동력으로서 지난 40년간의 동서대결구도를 해소시켰으나 한반도를 중심으로한 미 소 중 일의 힘의 대결구도에는 사실상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따라서 유럽의 질서가 새롭게 재편된 시점에서 동북아 역시 그 지각변동의 파장이 몰려올 수 밖에 없으며,이런 의미에서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의 중국 북한 일본 등 3개국 순방은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소련의 아ㆍ태 지역정책의 기본목표는 우선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볼 때 궁극적으로 유럽과 같은 긴장완화를 추구하면서 이 지역 각국의 이익중 공통분모를 찾아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또 경제적으로는 이 지역 분업구조에 참여함으로써 소련의 경제개혁에 필요한 협력과 지원을 얻고 아ㆍ태 일원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다진다는 것이다.
소련은 이에 따라 지난 85년 이후 아프가니스탄철군,캄보디아사태의 평화적 해결,중 소 관계의 정상화등을 적극적으로 추진,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정작 아ㆍ태 지역에서 평화구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동북아에 있어서는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일 소 관계 역시 북방 4개도서 반환문제 등으로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왔다.
특히 동북아에서는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은데다 경제적으로도 미 일에 주도권을 쥐어주다시피하고 있는 소련으로서는 현상타개를 위해 「우회카드」를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고 그 대상으로 분단국으로서 통일을 열망하는 한국을 택했다고도 볼 수 있다.
셰바르드나제와 중국 전기침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는 양국의 국경배치병력의 감군 등 군축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루되 한반도 긴장완화해소에 대한 양국의 역할분담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중 소는 한반도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기는 하지만 남북한의 긴장완화가 자국의 이익에는 도움이 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상호 양해가 가능하리라는 관측이다.
오는 2,3일 평양에서 가질 김일성과의 회담에서도 한반도 긴장완화 방안이 논의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소련은 북한에 대해 현실적으로 남북한이 단기간내 통일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우선 긴장완화ㆍ군축ㆍ평화질서정착의 수순을 밟아야 된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이에 상응한 북한의 현체제보장과 미 일의 정책변화를 유도할 것임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련은 한 소 수교에 따른 북한의 고립감을 해소해 주는 한편 북한이 동북아에서 소련의 유일한 동맹국임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방문에서는 고르바초프의 내년 4월 방일을 앞둔 사전정지작업과 일 소 평화조약 체결에 대한 논의가 주된 관심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련은 일본의 방위력증강이 자국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상호경제협력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평화조약체결을 추진하고 있으나 일본의 북방 4개도서 반환요구가 해결되지 않고는 당장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소련은 국면전환을 위해 오는 4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2차 「아ㆍ태지역 대화와 평화 및 협력회의」에서 있을 셰바르드나제의 연설을 통해 아시아정책에 관한 중요한 이니셔티브를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련 반관영 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셰바르드나제는 이번 연설에서 아ㆍ태외무장관회담을 다음달 뉴욕에서,제2차회담을 오는 93년 소련에서 열자는 제안을 한다는 것이다.
셰바르드나제의 연설내용에 어떤 제안이 담길지는 구체적으로 예측키 어려우나 그 핵심은 한반도 긴장완화방안이 될 것임은 분명하며 이에 따른 동북아의 집단안보체제 문제등도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오는 4일부터 열리는 남북한 총리회담도 동북아 새질서 구축이라는 「커다란 원」속에 포함되는 「작은 원」이라고 볼 수 있으며 한반도는 동북아 평화정착에 있어 태풍의 「눈」으로 재차 등장하게 된 것이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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