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병무행정의 부조리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 국방부에 병역심판소를,지방병무청에 병역심사위를 설치하는 한편 권력층,부유층 등 이른바 특수층 자제들의 병역사항을 추적 관리키로 했다.이같은 조치는 국방부가 병무행정 전반에 관한 자체 감사결과 현 병무행정체계에 부조리 발생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라 취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모처럼 마련한 제도장치인 만큼 그 운영에는 시한없는 엄정함이 체질화돼야 할 것이다. 나라의 존립을 지키기 위해 국민이 감당하는 여러가지 의무들 가운데 병역은 가장 구체적이고 더이상의 여지가 없는 종국적 의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문에서 어떠한 부조리나 불공평한 특례등은 애당초 생각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진작부터 자리잡고 있어야 했다.
나라의 기틀을 지키는 의무에 누가 더하고 덜함이 있을 수 없지만 사회 지도층의 경우 병역문제에 임하는 의식에서는 응당 선도적 자세에 있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 통념이다.
그동안 제도상의 틈을 이용해서 일부 해당자들이 징병검사때 검사요원과 결탁,질병을 가장하거나 학력을 은폐하는 등 수법으로 입영을 고의로 연기하거나 병역을 면제받은 사례들이 있었고 이런 부류층 상당수가 권력층,부유층 자제들이었다는 것은 다시 반복될 수 없는 수치일 뿐 아니라 우리 안보체제상 위험한 공백이었다고도 지적할 수 있다.
입대하여 제복을 입고 고된 훈련을 겪으며 근무하는 것은 마치 어떤 요령을 부리지 못한 결과인 듯 보이고 병역을 면제받은 것이 무슨 특혜인 양 여겨졌다면 국토를 지키는 대열에 섰다는 긍지는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오래전부터 실시한 가족계획의 결과가 최근 징병검사대상 연령층에 표출되어 병역자원 운영에도 어려움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군다나 국민개병주의의 철저한 시행이 요구되는 것이다.
최근 남북간 총리회담의 개최가 추진되는등 남북한간의 긴장상태가 다소 완화되는 듯한 분위기가 있고 또 한반도에서의 군축론도 때 이르게 제기되기도 하지만 그런 상황이 곧바로 우리 안보태세의 이완까지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국민적 경각심도 다시 이 기회에 다져두어야 할 일이다.
도리어 단 한명의 이탈자도 없는 탄탄한 병역대열이 북측의 오산을 막아 긴장을 완화하는 길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도출될 수 있는 판단이기도 하다.
나폴레옹 전쟁이후 1백70년이상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중립국 스웨덴이 징병제를 견지하고 1815년이래 영세중립국인 스위스도 국민개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모두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립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새삼 음미하게 된다.
이번 병무행정의 개선은 그 운영에서 누수를 막아 계층간 위화감을 없게 하는 경지로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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