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간접대화」 내용에 관심 증폭/남북 정상 「의사전달 루트」의 의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간접대화」 내용에 관심 증폭/남북 정상 「의사전달 루트」의 의미

입력
1990.09.01 00:00
0 0

◎메시지 구체성ㆍ강도 앞길에 큰 영향/기존의 대화 압도… 긴장완화 분수령서울서 개최되는 1차 남북 고위급회담중 빅 이벤트의 하나는 연형묵 정무원총리등 북측대표 7명의 노태우대통령 예방이 될 것이다. 연총리 일행은 오는 6일 하오 청와대를 예방,노대통령을 면담하게 되는데 분단이후 45년간의 남북관계를 살펴볼 때 이는 내외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매우 함축적 의미를 갖고 있는 행사이다.

분단이후 첨예한 대립관계를 유지해왔고 더구나 6ㆍ25전쟁의 교전당사국인 남북한이 총리를 단장으로 한 대규모 대표단 회의를 상대국에서 개최하며,또한 북측의 고위당국자가 공식으로 우리측 국가원수를 예방하고 면담을 가진다는 사실은 입장의 의전범위를 훨씬 상회한다고 해야할 것이다.

특히 연총리의 청와대 예방을 통해 남북한 양측 최고위 당국자간 간접적인 의사전달이 이뤄지리라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의 도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 만남의 자리에서는 북한주석 김일성의 메시지가 어떤 형태로든 노대통령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이며 또한 노대통령의 의사가 연총리를 통해 간접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양측 사이에 구두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립관계에 있는 양측 최고위 당국자간의 의사소통 또는 간접 대화는 향후 남북관계의 상황전개에 가장 적극적 모티브가 될 수도 있다.

서울회담에서 북측 대표의 노대통령 예방이 확정된 이상 오는 10월16일부터의 2차 평양회담에서도 우리측 강영훈총리의 김일성 면담이 확실시되고 있다.

따라서 1차 서울회담에서의 양측 최고위 당국자간 의사소통에 대한 반응은 진전된 형태로 구체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해진다. 최고위 당국자간 대화는 모든 형태의 대화를 압도할 만큼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이같은 간접대화 가능성과 관련,정부의 한 소식통은 『연총리의 청와대 예방시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김일성의 메시지가 노대통령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하고 『친서형태의 가능성은 희박하나 이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그같은 이유로 최근 급박해지고 있는 한반도 주변정세와 이에따른 북측의 입장변화 조짐이 조심스럽게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이 소식통은 『노대통령은 적극적인 자세로 자신의 의사를 김일성에게 전달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하고,『노대통령이 지금까지 기회있을 때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강한 의지를 표명해왔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대통령은 연총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북한 주석 김일성에게 전달해 줄 것」이라는 전제아래 남북 관계개선에 관한 자신의 의지와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피력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노대통령의 김일성에 대한 메시지의 구체성과 그 강도는 서울회담의 결과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회담이 생산적이고 긍정적으로 진행된다면 노대통령의 메시지는 상당히 구체성을 띨 가능성이 높다. 그 반대인 경우 메시지의 내용은 상징성에 가까울 수 있을 것이다.

노대통령의 연총리일행 접견일정이 두차례 본회담이 끝나고 난 뒤인 6일 하오로 잡혀있다는 점은 매우 유의되어질 대목이다. 접견시작 시각은 하오 4시께로 알려지고 있으나 시간은 확정돼 있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접견이 얼마간 지속될지,또는 구체적인 의전절차 등은 알려지지 않고있다. 다만 현재로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최소 30∼40분간에 길어지면 1시간을 훨씬 상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노대통령은 평소의 관행상 단순한 외부인사 접견일 경우 30분 정도이지만 정치ㆍ외교적으로 중요도가 강조될 경우 1시간을 넘거나 2시간 가까이가 될 때도 있었다. 노대통령의 연총리 접견시간은 대체로 1시간 안팎이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 견해이다.

노대통령과의 접견에서 연총리가 어떤 대화태도를 보일지가 흥미있는 대목의 하나이다. 물론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와 의전절차를 밟기는 하겠지만 노대통령에 대한 호칭등 경어사용방법,예의갖추기 등이 생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단이후 남북간에 최고위당국자가 상대방 고위당국자를 공개적으로 접견하거나 면담한 것은 이번이 첫번째이다. 지난 72년 7ㆍ4 공동성명 당시 우리측 이후락대표 일행과 북측 박성철대표일행이 각각 서울과 평양에서 박정희대통령 김일성주석을 비공개 면담했다. 그러나 그 당시는 쌍방 최고위당국자간 결과적으로 「권력체제 유지의 방편」이라고 비판을 받았듯이 면담자체의 의미가 희석당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이번 회담과 같이 남북 관계개선­평화통일이라는 순수목적과 다를 수가 있어 72년의 면담의미보다는 크게 확대될 것이 틀림없다.

이밖에도 72년과 지금과는 면담인사의 급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리측은 내각수반인 국무총리이며 북측은 공식서열 6위인 정무원 총리이다.

72년의 경우는 우리측은 중앙정보부장이며 북측은 서열이 10위이하인 부수상이었다. 특히 북측은 공식정부대표의 성격보다는 김일성의 측근 사절의 의미가 강했다.

노대통령의 6일 연총리 면담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상황과 국제협력과 화해의 기류속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되는 이벤트다.<이종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