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작ㆍ배급제로 “6개월은 견뎌”/인접국 밀거래ㆍ공중수송 “숨통”/강력한 봉쇄조치가 국민단결심만 강화시켜유엔의 대 이라크 경제제재 조치가 한달가까이 계속되면서 이라크의 국내상황이 또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라크는 세계각국의 금수조치에 따라 원유수출이 봉쇄되고 금융거래가 중지됐으며 식료품을 포함한 모든 물자의 수입이 금지되는등 미국이 의도한대로 일단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이라크가 자구책으로 오는 9월1일부터 쌀 밀가루 설탕 차 식용유 등 기본적인 식품에 대한 배급제를 실시키로 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는 관측도 있다.
또 후세인 대통령이 최근들어 계속 타협자세를 내보이는 것을 이와 연결시키는 분석도 나온다.
배급제는 이라크 전역에 수백개 위원회가 설치돼 국민들에게 배급표를 할당하고 식품공급은 국영상점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으로 이제도는 앞으로 수개월간 계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후세인 대통령은 또 식품 부족현상과 관련,지난 12일 국민들에게 절약을 호소하고 식료품 소비를 줄일 것을 당부한 바 있으며 정부에서는 사재기를 하는 사람은 극형에 처한다는 경고도 했었다.
이라크는 외화수입의 95%를 원유수출에서 벌어들였으며 식량의 80%를 수입하는 등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그 어느 국가보다도 높다.
지난해 이라크가 수입한 식량을 보면 밀 2백만톤,쌀 50만톤,밀가루 35만톤,옥수수 32만톤,설탕 60만톤,식용유 28만톤 등이다.
이라크는 이들 식량중 반을 미국과 유럽에서 들여왔으나 지난 2일 쿠웨이트 침공이후 수입이 전면 중단됐으며 터키(이라크수입중 10%) 역시 최근 이라크의 의료품 및 유아식 수출요구를 거부했다.
이라크는 또 미국등의 해외재산 동결조치에 따라 40억달러의 돈이 묶여 있으며 지난해에는 저유가에 따라 1백50억달러의 외화밖에 벌어들이지 못했다.
반면 현재 이라크가 대외적으로 결제해야 할 금액은 30억달러의 식량수입금액을 포함,1백10억달러어치의 수입물품대금,무기구입액 50억달러,외채상환금 30억달러,외국노동자 임금 10억달러 등이다.
지난해 5%의 경제성장률을 보였던 이라크는 올 50%의 인플레 상승과 함께 실업률이 급상승하고 있으며 외국으로부터의 기계부속품의 공급중단으로 전구 타이어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이런 비관적 예상에도 불구,서방측이 기대하는 대 이라크 「아사작전」은 크게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인공위성 정찰결과에 따르면 이라크는 내달부터 밀추수에 들어가는데 올 농사는 예상외로 풍작이어서 약 80만톤을 수확할 예정이며 쌀 역시 16만6천톤의 생산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옥수수도 11만톤이 생산될 예정이며 과일과 채소 역시 상당한 풍작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이라크는 현재 약 4개월분의 밀 70만톤과 3개월분의 쌀을 저장하고 있어 추수하는 식량등을 합치면 2∼3개월 이상은 충분히 버틸 수 있는데다 엄격한 배급제도가 실시되면 그 기간은 두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서방정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라크 국민들도 개인적으로 지난 8년간 이란과의 전쟁경험을 통해 각 가정에 냉장고 등을 갖추고 많은 식품을 저장해 놓고 있어 실제로 식품부족을 겪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는 금과 달러 등 약 65억달러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쿠웨이트로부터 10억달러어치의 금괴와 20억달러의 외화를 압류하는 등 상당한 자금마저 있어 일부 아랍국가들과 밀거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서방국들은 현재 예멘 리비아 요르단 수단 알제리 등과 북한이 이라크와 식량 및 무기 암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엔의 제재는 또 해상봉쇄에 국한되고 있기 때문에 항공기를 통한 밀수입도 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방 정보 전문가들은 이라크가 많은 양의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는 보잉 747기와 같은 대형항공기를 갖고 있으며 쿠웨이트 점령으로 노획한 다수의 상용항공기도 물자수송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라크는 서방측이 예상했던 것과 달리 앞으로 상당기간 버텨나갈 수 있으며 오히려 서방측의 경제봉쇄는 이라크 국민들의 단결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명분만을 주었다고 일부 아랍 외교소식통들은 지적했다.
이점을 누구보다도 잘아는 후세인 대통령도 자국의 여성들에게 『최소한의 식량과 의복으로 조국의 명예를 지킬 수 있음을 보여주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미 「게임의 주도권」은 서방측에 넘어갔지만 이라크도 완벽한 「그물수비」를 하고 있어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결코 만만하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전자들」의 평이 여전히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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