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의 라이샤워 교수가 레이거노믹스를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지난해 『대통령의 경제학』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그의 논문은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시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레이건이 집권했던 8년동안 미국은 가난뱅이 나라가 되고 말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경제의 궁핍화는 가계 소득의 정체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에서부터 국가채무의 증가,생산성 저하,제조업의 공동화와 토지투기ㆍ외환투기 등 재테크의 만연,기업경쟁력의 약화 등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미국경제가 이렇게 된 것은 레이거노믹스경제에 대한 레이건 대통령의 생각과 시책이 잘못된 것이었기 때문이라는게 라이샤워의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언로가 새로 트여 성역없는 비판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까지 『대통령의 경제학』을 체계적으로 비판한 학자나 논문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반국민들 사이에서는 왕성한 토론과 평가,비판이 이루어지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를 일으키고 성장을 주도한 대통령으로서,전두환 대통령은 인플레와 외채를 청산,경제의 안정을 이룩한 대통령으로서 각각 확고한 평가를 받고 있다.
박대통령때의 우리 경제는 방향과 목표가 뚜렷했다. 경제 제일주의,성장 제일주의,수출 제일주의의 확고한 행동지침이 있어서 경제관료들은 물론이고 기업인과 근로자 일반 국민들이 아무런 의심이나 주저 없이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렁이까지 잡아다가 수출할 정도로 4천만 국민이 한가지 통일된 목표를 향해 돌진을 했으니까 어떤 것이든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이만큼이라도 커진 것이 그 덕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전대통령때도 마찬가지였다.
예산과 봉급 추곡수매가를 동결해 버릴 정도였으니까 누가 감히 안정에 위해로운 시책을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3공의 무리한 성장드라이브 시책이 5공경제에 부담을 안준 것이 아니고 부작용과 후유증이 없을 리 없었지만 무지막지할 정도로 확실하게 밀어 붙여 버리니까 그 지독한 40년 인플레도 단절되고 망국론을 불렀던 외채도 수습할 수 있었다. 한자리수 물가,국제수지흑자,자동차 수출같은 자랑스러운 기록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다 그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목표와 방향이 확고하고 분명했었다.
그리고 그 성과도 결코 평가에 인색할 수 없는 것이었다. 라이샤워교수가 80년대에 한국에 와서 「대통령의 경제학」을 썼다면 레이건에 대한 것 처럼 그렇게 인색하게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6공 들어서라면 상황이 어떻게 될까. 지금 한국경제의 방향은 무엇이고 목표는 무엇일까.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은 혼란스러운 것이고 라이샤워교수도 글을 쓰기가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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