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실종시킨 사퇴정국이 국민들의 눈에 짜증스럽게만 투영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의원들이 뚜렷한 목적도 없이 외유에 나서고 있어 과연 의원들이 난국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해외여행이 자율화되었고 일부 중고교생들까지 방학중에 외국을 다녀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의원들의 외유를 무턱대고 책할 생각은 없다.그러나 지난 임시국회에서 「국민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며 날치기 법안통과를 결행한 여당의 주장이나 이에 항의해 국민이 달아준 배지를 「국민을 위해」 일괄 반납해버린 야당의 결의는 의원들의 외유에 이르러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국회측은 의원들의 출국현황을 무슨 비밀문서나 되는 양 숨기고 있으나 민자당의원 2백18명중 1백20명이상이,야당의원들은 20명가까이 외유를 다녀왔거나 외유중이다.
그동안 여당은 여당대로 정치복원을 위해 온갖 「말」들을 다 동원해왔으며 또 야당은 야당대로 의원직사퇴의 변을 되풀이 주장하는 「발표」들을 끊임없이 내놓았다.
그러나 외유에서 드러났듯이 정작 당사자인 의원들의 「행동」은 이같은 「말」과 「발표」들이 수사에 그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더구나 대부분의 의원들이 외유사실을 숨기는 등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한 「휴가」를 즐겼음을 자인하고 있어 『정치란 어차피 말과 행동이 다른 법인가』라는 자조까지 나온다.
특히 유일 야당임을 자부해온 평민당의 경우,눈물까지 내비치며 소속당의 총재가 배지를 떼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의원들이 사퇴한 의원직을 안은 채 16명이상이 해외나들이를 다녀왔다는 사실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의원외교는 필요하다. 더구나 야당의원들의 해외나들이는 더욱더 요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점과 방법선택이 문제다. 여야대치로 정치가 실종돼버린 현시점은 정치에 대해 고뇌하는 의원상을 원하고 있다. 또 공무이건 사무이건간에 솔직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몰래 출국한 야당의원이 도중에 급한 호출령을 받고 귀국할 만큼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하는 행동들이기에 더욱 답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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