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은 특별기구까지 구성해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작업에 착수하고 있다.13대 국회가 후반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시기적으로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다. 13대 국회의 임기가 아직 2년가까이 남아 있는데 벌써부터 14대 총선준비를 서둘러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년에 가서 제기해도 여유있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버리겠다는 성급한 계획같다. 지금 서둘지 않으면 시기를 놓쳐 버리는 화급한 민생문제도 아니고,국가안보에 관련되는 시급한 중대사도 아닌,민감한 선거구조정 문제를 지금부터 서두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평민당이 요구하는 조기총선을 받아들이겠다면 당연히 서둘러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서 13대 국회의 3번째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당이 먼저 선거구증설 문제를 정식으로 들고 나오는 것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할 뿐이다.
벌써 처리했어야 할 지자제관계법도 미결로 그냥 팽개쳐져 있고 내각제개헌 논의도 매듭을 짓지 못한 어정쩡한 상황에서 새로운 문제를 하나 더 추가 제기함으로써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구 조정은 워낙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조기총선은 하지도 않으면서 선거분위기만 조기과열시키는 이상현상을 가져올 우려도 있는 것이다. 선거구조정은 당사자들간에 이해가 날카롭게 대립되는 시끄럽고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선거에 임박해서 졸속 처리하기보다 여유있게 미리 해결해놓겠다고 하는 발상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너무 일찍 시작하면 시끄러운 진통기간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선거 6개월전쯤에 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을 다른 것도 급한일이 많은데 지금부터 서둔다는 것은 쓸데없는 낭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의원의 정수를 늘리는 것도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국회의원의 정수는 13대 총선을 계기로 12대보다 24명이 더 늘어 2백99명이 되었는데 또다시 20여명을 더 늘리겠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염치없는 짓이다. 지금까지 의원의 숫자가 적어서 정치가 잘안되었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의 정수는 인구의 변동에 따라 조정하는게 당연하지만 4년마다 20여명씩을 늘리는 것은 너무 심하다. 그리고 앞으로 구성될 각급지방의 회의 의원정수와의 균형도 참작해서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민자당이 선거구조정 문제를 들고나온 것은 합당으로 사분오의된 민자당의 전열을 정비하고 장외로 나간 야당을 협상테이블로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대내적으로는 오히려 잡음이 더 심하고 더 시끄러워질 우려가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대야협상카드로서도 기대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야당이 선거구협상 때문에 국회에 들어간다고 할 때 국민은 그 야당을 어떻게 볼 것인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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