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젠 우리돈의 값어치 높일 때/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젠 우리돈의 값어치 높일 때/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입력
1990.08.30 00:00
0 0

◎경제실체 비해 소비수준 너무 높다얼마전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를 여행하면서 들은 이야기이다. 그곳에서는 미화로 5천달러만 있으면 아파트도 한채 사고 중고차도 한대 살 수 있는 큰 돈이라고 한다. 또한 50달러 정도는 대학교수의 월급수준으로서 이것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생활이 된다고 한다. 더욱이 상점에 가서 1달러만 내놓으면 감자를 포대로 살 수 있고,계란도 푸짐하게 가져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로 1달러의 위력이 세계경제속에서 얼마나 큰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주위에서 국민들이 돈을 쓰는 것을 보면 과연 돈의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는지,또한 돈을 가치있게 쓰고 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한 예로 이번 여름 휴가철에 관광객이 몰려들자 민박료가 하루에 4만원이 되고 수박은 한덩이에 1만5천원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이는 수박 하나에 미화로 20달러이고 방 하나에 60달러 정도를 지불하는 것이다. 아마 서구 어느 국가에서도 수박이 20달러라 하면 소비자들이 수박을 사먹지 않을 것이고,방값이 60달러라면 웬만큼 좋은 모텔에서 편안히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국민들은 최고의 소득을 가지고 경제적 태평성대를 누리는 나라의 국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돈을 쓰는 것을 보면 우리경제의 실체에 비해 소비수준이 과다하게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 두가지 국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첫째는 우리 돈의 값어치를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거나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한 예로 미국에서 서울을 방문하는 친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미국에서 1백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살 것도 많고 쓸 곳도 많아 우선 마음이 든든한데 한국에서는 1백달러를 환전하여 7만원을 가지고 있어봤자 살것도 별로 없고 어쩐지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에서 1백달러는 가치가 있고 한국에서 7만원은 가치가 없다면 이는 한국과 미국의 물가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우리 국민들이 세계경제속에서 1백달러의 가치를 충분히 알고 그에 걸맞게 우리돈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1만5천원짜리 수박에서부터 1억원짜리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의 소비패턴이 소득의 고저를 막론하고 세계경제속에서의 1달러의 가치와는 관계없이 값어치 있는 돈을 가치없이 쓰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우리 국민들의 소비와 관련하여 관찰할 수 있는 특징은 과연 값어치 있는 돈을 보람있고 가치있게 쓸 줄 아느냐이다.

최근 우리 소비패턴의 추세를 보면 소득이 증대함에 따라 생활속에서 더 좋은 음식과 의복을 추구하고,비록 셋집에 살더라도 자가용은 가져야겠고,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 대출을 받아서라도 외식을 하는 것이 생활의 전형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는 생활의 즐거움을 향락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즉 내일에 대한 설계와 이를 위한 저축보다 오늘의 편리함과 즐거움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작년 한햇동안에 제조업분야의 성장은 둔화되었어도 음식,오락등의 향락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소비패턴의 변화의 원인이 경제가 성장하여 소득이 증대함에 따라 좀더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인간의 1차적 욕구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집을 장만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중저소득층의 경우 정부의 주택정책이 그들의 주택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따라서 이런 상황하에서 단기적이고 현재적인 소비지출보다는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저축하는 자세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고소득층의 경우에도 육체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의식주 부문이나 실속없는 사치에 소비를 집중시킬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의 발전을 위하여 적으나마 봉사하고 자선을 행하려는 노력이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시작될 때가 된 것 같다.

사실상 우리경제의 내면에는 무역적자ㆍ물가고에 증시불안까지 겹치고 더나아가서는 3차오일쇼크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 우리가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측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무엇보다도 우리 소비생활에 1차적인 반성이 필요하다 하겠다.

돈의 진정한 값어치를 알고 돈을 쓸때 우리는 더욱 부자가 될 것이고,가치있는 돈을 적절히 쓸때에 비로소 진정한 돈의 가치가 있게 되어 이것이 바로 우리 경제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