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GE,일진등 상대 산업스파이혐의 제소/일진선 “시효 지났다”맞고소로 정면대결/독과점유지 「타협」속셈인듯일진그룹과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사간의 합성다이아몬드 제조기술을 둘러싼 특허권분쟁이 국제소송으로 번졌다. 이 사건과 관련,미국정부도 미국기업의 입장에서 우리정부에 압력을 가해와 통상문제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분쟁의 발단은 미국의 다국적기업인 GE사가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IST)과 공동으로 공업용 합성다이아몬드를 개발한 일진그룹과 일진의 기술자문을 맡기로한 대만계 미국인 치엔민 송씨를 상대로 지난해 10월 산업스파이 혐으로 미국 매사추세츠법원에 제소하면서 비롯됐다.
GE측은 일진이 GE사의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송박사가 GE에서 훔쳐낸 제조기술을 제3자에게 판매하는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는 데도 불구,법률적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장물(제조기술)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또 송박사에 대해서는 77년 GE입사때 체결한 ▲종업원 비밀 준수계약과 ▲퇴사후 비밀서류 반환조항을 어기고 영업비밀을 빼내 GE사의 자료를 자신의 것으로 위장,제3자에게 반출했다는 혐의를 걸었다.
GE측은 여기에 그치지않고 법원제소후 칼라ㆍ힐스 미 무역대표부대표,그레그 주한미국대사등을 통해 과기처ㆍ상공부ㆍ특허청등 국내관련부처에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짓도록 압력을 가하는 한편 지난 3월에는 전 FBIㆍCIA요원들로 구성된 사설탐정회사인 페어팩스사를 동원,일진이 충북 음성에 세운 연산 1천8백만캐럿 규모의 합성다이아몬드공장을 구입하겠다고 제의하는등 사업포기종용과 각종 방해공작을 펴온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GE측의 이같은 제소와 방해공작에 대해 일진측은 「터무니없는 억지」라고 주장,지난 5월 같은 법원에 GE사를 독과점금지법을 근거로 맞고소를 제기해 정면대결에 나섰다.
일진측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85년 5월 KIST에 의뢰해 정부의 특정연구개발 과제로 3년간 15억원을 투자,합성 다이아몬드개발에 성공했으며 GE가 주장하는 제조기술은 이미 시효만료된 특허와 발표논문에서 소개된 일반적인 기술이라는 것.
일진측은 또 송박사와 기술자문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자문을 받은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송박사가 MIT공대에서 이 분야에 뛰어난 연구실적으로 GE사에 스카우트되었던 인물로 GE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고도 독창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때문에 GE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일진측은 이번 소송의 중요한 대목인 미 통일영업비밀보호법은 퇴사후 3년이내에 제소해야 효력을 발생할 수 있으나 5년이 지나 제소했으므로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진측은 이같은 근거로 법정공방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자신,미 법원에 제소했는데 국내법원에도 부당제소에 따른 명예훼손 소송을 낼 계획이다.
이처럼 GE측이 승산없는 싸움을 걸어오는 것은 일진이 합성다이아몬드 생산으로 세계수요의 10%인 한국시장(지난해 수입액 5천3백만달러)을 상실함은 물론,그동안의 독과점체제가 붕괴될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무역대표부나 주한미국대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해오는것도 법정에서의 패소에 앞서 이문제를 해결하자는 속셈이 깔려있다는 것이 일진측의 분석이다.
알루미늄을 생산해온 일진금속(현재 일진전기)을 주력기업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9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부상한 일진그룹은 3백억원을 투자한 합성다이아몬드 생산사업이 앞으로 그룹의 주력사업이 될 것이라며 결코 이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정부도 이 분쟁이 두 회사간의 문제인만큼 사법처리하거나 당사자가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통상문제로 부각시키려하지 않고 있다.
일진그룹이 힘으로 나오는 GE와의 공방전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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