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보다 19%이상이 늘어나는 90년도 일반회계 예산안의 세부항목이 금명간 당정회의에서 심의ㆍ결정될 단계에 와있다. 내년도 예산이 팽창예산이 되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지만 예산은 팽창되면서도 내용상으로는 늘어난 예산을 쓸모있게 쪼개 쓸 수 있는 여지를 그다지 많이 갖고 있지 못하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팽창편성하지 않을 수 없게된 표면상 이유는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공공투자와 복지재정의 증대때문이라고 되어 있는데,이미 공무원 봉급인상률을 16%이상으로 결정해놓고 있는 정부로서는 팽창되는 예산의 상당부분을 이같은 경직성 경비에 충당할 수밖에 없게 되어있는 처지이다.
예산의 탄력성있는 운영을 위해서는 되도록 경직성 경비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설사 예산규모를 크게 늘린다고 하더라도 경직성 예산의 차지가 커지면 커질수록 사회간접자본이나 복지사업으로 돌아갈 자금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거나 제자리걸음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봉급인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정부의 고충은 모르는 바 아니나 지금 그문제 못지않게 예산당국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는 것이 또다른 경직성 경비인 국방예산이라고 알려져 있다.
국방부는 작년대비 17.5% 증액된 7조8천3백억원을 국방예산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경제기획원은 그보다 5천86억원을 삭감한 7조3천2백14억원으로 하향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인데 국방부의 반발이 여간 강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부의 예산편성과정에서는 편성당국과 각 부처간에 적지않은 마찰과 알력이 있게 마련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예산을 할애받고 싶은 부처들이 필요불가결하고 시급하다는 전제아래 소요예산의 규모를 제시하면,편성당국은 전체적인 경제사정과 부처간 형평 그리고 계층간,지역간,산업간,복지부문간의 균형을 감안하면서 국민이익의 최대공약수를 도출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이를 조정하게 된다.
조정의 과정은 말할 필요도 없이 각부처가 요구하는 예산을 긴요도의 순위에 따라 삭감하는 것이 될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 삭감당한 부처는 강력한 반발을 하게 된다.
국방예산의 경우 삭감에 대한 반발의 도가 남달리 강력한 것은 군당국이 실감하는 위기의식과 예산편성당국의 국방비 확충의 필요성 인식간에 상당한 갭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겨진다. 군당국은 북한측의 자세나 동향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아 국방력의 계속적 증강이 부득이하며 물가상승과 인건비 인상을 계산할 때 국방비증액은 당연하다고 보는 데 반해 예산편성당국은 사회간접자본을 위한 공공투자,교육,복지부문투자가 군비 못지않게 중요하며 북방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도 이 부문 투자증대가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기획원측의 견해에는 국제정세가 동서간 화해무드로 흐르는 추세인데다가 불원 군비통제와 축소를 겨냥한 국제적 분위기조성이 남북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고 전망하는 측면이 적지않게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마저 없지않다.
국방부가 요구한 군비예산총액은 GNP대비율에서 90년도의 4.35%보다 0.45%포인트가 높은 4.8%가 되겠는데 기획원의 삭감예산으로는 GNP대비 3.95%로 0.4%포인트가 줄어드는 꼴이다. 군비의 축소경향은 세계적인 조류로 보아 바람직한 현상이긴 하나 우리의 사정으로는 북한에 비해 30%나 모자라는 전력과 지금까지 그 갭을 메워주던 주한미군의 병력점감등을 고려한다면 필요한 군비의 유지이하로의 삭감은 재고해야 될 일인 것도 사실이다.
국방비라고 해서 우리의 경제규모를 도외시하고 한국군 전력의 상대적 비중만을 기준으로 책정될 수는 없는 것이지만,안보적 측면만은 십분 고려되는 방향에서 그 규모가 정해져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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