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프로」나와 안전ㆍ인간적 모습 연출/미선 “어린이까지 이용 여론분열 획책”/CNN 「생중계」국익논쟁 유발서방측의 해상봉쇄로 사면초가에 빠져 있는 사담ㆍ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TV를 통한 대 서방 심리전을 강화하고 있다.
이라크 국영 TV는 지난 27일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억류돼있는 서방인질들의 근황만을 중점보도하는 「손님소식」이라는 프로를 신설했다.
영어통역을 대동하고 이 프로에 직접출연한 후세인 대통령은 서방인질들을 계속 「손님」이라고 부르면서 그들의 체류만이 미국의 공습을 예방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후세인은 이 자리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들을 왜 볼모로 잡아두느냐』는 한 영국인 여성의 질문에 『미국인들이 이라크의 귀여운 어린이들과 여인들을 공습으로 사망케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감청색 신사복차림의 후세인은 가끔 콧수염을 만져가면서 20여명쯤 돼보이는 인질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눈을 자주 깜박이거나 손을 깍지끼는 등 초조한 표정.
이 프로에는 서너명의 남자인질들이 당구를 치는 모습과 영국출신의 젊은 남녀가 가족들에게 짤막한 안부를 전하는 장면도 담겨 있었다.
이라크 TV는 또 한 영국 여인이 얼마전 출산한 아들곁에 누워있는 화면을 방영하면서 이 신생아가 『아직까지는 적정한 양의 우유를 늘 공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아랍의 전통적인 차도르차림으로 화면에 나타난 이 부인은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할 말이 없느냐』는 물음에 『나는 안전하게 잘 대접받고 있다』고 말했다.
후세인대통령은 이 특집프로를 통해 부시 미 대통령과 대처 영 총리와의 TV토론을 제의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쿠웨이트 침공 이후 한동안 두문불출하던 후세인대통령이 서방인질에 관한 TV프로를 신설하고 부시대통령과 대처총리에게 성사가망성이 희박한 TV토론을 전격 제기하고 나선 것은 그가 TV를 통한 서방진영의 여론분열 공작을 한층 강화할 것임을 시사하는 증좌이다.
후세인은 쿠웨이트 침공 이후 처음으로 지난 23일 TV에 출연하기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모습을 닮은 아나운서를 TV에 등장시켜 쿠웨이트 합병 및 인질무기화조치 등 강경책을 발표해 왔다.
그러나 후세인대통령의 이같은 새로운 대 서방 홍보전은 미국과 영국 등 관련당사국 정부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다.
마거릿ㆍ터트와일러 미 국무부대변인은 27일 후세인과 부시간의 TV토론제의를 『구역질이 난다』며 일축했다. 영국외무부의 한 대변인도 이날 「손님소식」 프로에 대해 논평하면서 『그것은 노골적인 선전극』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보수적 일간지인 워싱턴 타임스는 후세인이 지난 23일 TV에 출연한 직후 히틀러ㆍ무솔리니ㆍ스탈린 등 구시대의 독재자들이 어린이들과 노는 장면들을 담은 사진을 후세인이 한 인질소년의 머리를 어루만지는 사진과 대조적으로 게재해 그의 선전술을 꼬집었다.
미국의 다른 언론들도 어린이와 여성등 약자들의 고난을 자신의 이미지 고양을 위한 선전전에 이용하고 있는 후세인에게 비판적이다.
미 언론들은 나아가 후세인과 같은 독재자의 홍보물을 지난 23일과 27일 두차례에 걸쳐 생중계했던 CNN TV에 대해서도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CNN방송은 이라크 국영 TV가 바그다드에서 위성을 통해 송출한 이 필름들을 아틀랜타에 있는 본부에서 직접 수신한 뒤 미 전역에 방영했었다.
CNN간부들은 『이들 프로가 모두 뉴스가치가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그대로 내보냈다』며 자신들의 결정을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페르시아만 사태를 놓고 벌이는 취재경쟁에서 CNN에 뒤지고 있는 ABC NBC CBS 등 3대 방송사의 고위뉴스담당자들은 대체로 『CNN의 처사가 국익보호라는 측면에서 언론의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들 3대 방송국은 두차례 모두 이라크 TV의 필름을 일단 수신한 뒤 자체편집을 거친 화면을 방영했었다.
봅ㆍ맥팔렌드 NBC 뉴스부국장은 『우리는 어떤 상황하에서도 그같은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으며,셰리ㆍ홀린스 ABC 뉴스홍보국장도 『인질과 관련된 필름의 방영여부는 우리가 가볍게 다루지 않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계의 이같은 논란은 별개로 치더라도 서방의 포위망을 뚫기 위해 적국의 전파미디어를 무기화하고 있는 후세인의 책략이 새삼 돋보인다.<이상석기자>이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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