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선거구의 재조정증설을 골자로 한 선거법개정문제가 민자당에 의해 갑자기 제기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선거구증설의원수 대폭 증원문제는 27일 민자당총재인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대표의 단독회담에서 제기됐다는 점에서 장차 정치일정추진과 관련지어 여러가지 해석을 낳게하고 있는 듯하다.결론부터 말해서 35∼40여명의 국회의원을 일거에 대폭 늘리는 것도 문제려니와 정치가 근 두달째 완전 올스톱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선거구증설이 그렇게 시급한가하는 점을 반문하고 싶다. 설사 이것이 교착된 정국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략이라 해도 아무래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하겠다.
물론 인구증가에 따른 선거구 재조정,특히 유권자 투표행위의 등가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역대국회의 선거법협상때마다 제기되어온 중요한 숙제였다. 따라서 이번 민자당이 밝힌 선거구 재조정방향은 구상 그 자체로서는 상당한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즉 주민 10만명선의 선거구와 50만명선이상의 선거구가 나란히 의원 1명씩을 뽑는다는 것은 지극히 불합리하다. 때문에 민자당은 13대 총선때 설정됐던 주민 하근선 8만5천명에서 상한선 30만명을 8만에서 20∼25만명선으로 조정하고 이로써 35∼40여 선거구를 증설한다는 취지인 듯하다.
다음으로 지금까지의 선거법 개정협상이 불과 총선 2∼3개월전에 이뤄져 준비와 실효에 큰 지장이 있었던 점을 들어 여유있게 미리 손질을 하자는 민자당의 주장 역시 원리상으로는 옳다.
그러나 이같은 원칙론외에 민자당이 선거법개정을 제기한데는 몇가지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먼저 단기적으로는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야당의원들의 등원을 촉진시키는 계기로 삼고 내부적으로는 3당통합에 따른 지구당 일원화로 소외된 지구당위원장급 인력을 대거 소화시킬 수 있는 점이다. 나아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각제 개헌등 정치일정추진에 대비하겠다는 점등을 해석하기에 어렵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선거구의 합리적 재조정이 14대 총선전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여기에는 몇가지 여건을 반드시 감안해야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앞서 지적한 대로 지금은 선거법개정을 논의할 때가 아니고 교착된 정국을 푸는 일을 서둘러야 할 때라는 것이다.
여당으로서는 야당이 내세우는 국회해산ㆍ총선 등은 들어줄 수 없다 하더라도 일찍이 국민에게 약속하고도 미루고 있는 지방자치제만이라도 확고한 실시일자와 정당추천범위등을 밝히는 것이 보다 시급하다. 정기국회개회를 불과 12일 앞두고도 정치와 국회가 여전히 완전 정체상태라는 데 집권여당은 새삼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다음으로 아무리 인구급증에 따른 선거구의 균등조정과 투표의 등가성을 제고한다지만 한꺼번에 의원수를 40여명씩이나 늘린다는 것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지난날과 달리 크게 발전확충된 우리의 경제규모와 국력을 감안,이제는 국회의원수를 3백명선이상으로 대폭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러나 단 1명 증원때도 늘어나는 국민의 부담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국회의원 2백99명이 수가 부족해서 국민의 대표답게,또 국민에게 당초 약속한 대로 응분의 의원직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다. 어느 면에서는 제헌국회때의 수준보다 뒤진 저질적 정치,파행정치,비생산적 정치활동으로 국민의 불신만을 가중시켜온 점을 생각할 때 선거구증설의원수증원에 대해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하고 타당한 근거를 찾아 국민을 먼저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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