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후세인 「현 상황 굳히기」안간힘/잇단 유화책… 속셈은 무엇인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후세인 「현 상황 굳히기」안간힘/잇단 유화책… 속셈은 무엇인가

입력
1990.08.29 00:00
0 0

◎강ㆍ온병행속 선택권 미에 넘겨/“계속 버티면 서방분열”노린듯/판단력 매우 혼돈된 상태… 「파국의 일전」배제 못해【타임 9월3일자ㆍ본지특약】 사담ㆍ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지난 2일 쿠웨이트침공시부터 즐겨입던 군복대신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TV에 선보였다. 인질이 된 억류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여러분이 여기 있는 것은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절대 인질이 아닙니다』고 말하는 후세인의 모습은 낡아빠진 광고전략을 연상시켰다.

후세인은 이틀후에는 바그다드를 방문한 쿠르트ㆍ발트하임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동행한 외국기자들을 상대로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즉석 회견을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억류외국인들이 인질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강조하면서 80여명의 오스트리아인의 출국허용을 지시했다. 한편으로는 쿠웨이트로부터의 철군절대불가라는 강경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이라크에 대적하는 「침략자」들은 수많은 시체가 될 것이며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는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의도들은 이 현명한 독재자가 그의 현 위치를 굳히기 위한 다각적 시도로 보인다. 이라크를 응징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균열의 틈이 별반 보이지 않는 가운데 바그다드는 변변한 지원세력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송유관은 단절된 채 식료품 공급은 딸리고 경제와 함께 국민적활력마저 봉쇄된 상태다. 이제 상황은 후세인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그렇다고 후세인이 수동적대응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그에게는 군사적 위협이라는 여력이 남아있다. 후세인은 비록 전장에서 이길 수는 없겠지만 피로 얼룩지게 할 수 있다. 또 크나 큰 재앙을 촉발시킴으로써 모든 사람들을 불태울 수도 있다. 아니면 2주전 이란에 제의했던 것처럼 실용적 선택으로 쿠웨이트의 군막사 텐트를 걷고 후일을 기약하며 철수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은 악착같이 눌러앉는 방안이다.

페만에서의 군사적 대치상황은 점차 90년도판 「지츠크리그」(참호전) 양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블리츠크리그」 (전격전)로 폴란드를 점령한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후세인은 자기의 위치를 다지면서 국경넘어 적들이 군사력을 집중시키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56개사단은 분명 방어적 자세이다. 쿠웨이트 침공에 가담한 최정예사단들은 뒤로 돌려져 바그다드,바스라 혹은 후세인자신을 지키기 위한 15개 사단과 합류해 있다.

그가 미군의 증강규모와 속도 또 다른 22개국의 재빠른 파병에 놀랐을 것임은 확실하다. 만약 한발이라도 더 내디뎠다면 그의 침공군은 미 공군력에 여지없이 분쇄되고 이라크내의 요충지들은 전략폭격기에 의해 박살났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 후세인의 현명한 선택은 상대방의 움직임을 기다리는 것이라는게 군사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의 수중에 있는 2만명의 인질이 지닌 정치적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미국등에 다음행동의 선택권을 넘겨주는 방법이다.

지난주동안 후세인은 줄곧 상대방의 인내력을 시험해왔다. 쿠웨이트 주재 외국공관 폐쇄조치를 밀어붙이는가 하면 다국적함대가 포진한 페만에 유조선을 보내 일촉즉발의 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거의 매일 성명을 발표해 전제조건 없는 협상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아무도 이를 심각히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한 고위 이스라엘 정보장교는 『이제 시간은 후세인편이다』고 전제한후 『대치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의 생존확률은 커진다』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전제는 후세인이 유엔이 결의하고 다국적 함대에 의해 강행되고 있는 봉쇄조치에서 살아남아야 가능하다.

그러나 식량배급제와 긴축 절약책,또 봉쇄조치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물자등으로 이라크는 서방측의 요구에 굴복치 않고도 수개월 혹은 1년이상을 버틸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정치결합체에 1년은 긴 기간이다. 후세인은 그 약점을 계속 노릴 것이며 미국과 서방국 또는 서방 대 아랍국간의 틈이 벌어질 우려는 높다. 국제적 노력은 약화될 수 있으며 사막속에서 1년을 버틴 대군의 사기ㆍ불만은 말할 나위조차 없다.

물론 전쟁의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중동 문제전문가들이 「삼손시나리오」라고 부르는 이스라엘 개입을 후세인이 유발할지도 모르고 사우디유전지대에 대한 폭격과 미사일공격으로 수백만 배럴의 석유생산을 마비시켜 세계경제를 대혼란속에 빠뜨릴 수도 있다. 지난주 한 영국 외교관은 야세르ㆍ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바그다드에서 후세인을 면담했는데 대화도중 후세인이 신경질적이고 혼돈된 모습이었다는 아라파트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공은 분명 서방측에 넘어가 있다. 서방측은 이라크와의 협상으로 중동에 불안요소를 그대로 남겨 둘 수 없다. 결국 서방이 협상이외의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페만의 불길을 쉽게 사그러들지 않게 하는 한 요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