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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육자취라도… ” 무연고방문 사할린동포/뜻밖에 고향서 누나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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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육자취라도… ” 무연고방문 사할린동포/뜻밖에 고향서 누나상봉

입력
1990.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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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방문단입국 72세 김영주씨/지명변경돼 수소문“허사”/43년 부친찾으러 갔다가 못돌아와/조카ㆍ손자 절받으며“생애 최고행복”혈육이 살다 지나간 발자취라도 더듬어보려고 고국땅을 찾아온 무연고 사할린동포 노인이 뜻밖에 핏줄과 상봉,한맺힌 눈물을 쏟았다.

지난23일 대한적십자사 초청 고국방문단의 일원으로 입국,생애 마지막으로 고향을 보러온 김영주씨(72ㆍ사할린 포로나이스크 거주)가 27일하오 고향 경기 안성에서 누나 채운씨(78ㆍ안성군 삼죽면 미장리)와 처제 오금선씨(63ㆍ안성읍 금산2리 33) 등 일가친척 20여명과 재회의 감격을 나누었다.

이날 하오1시20분께 적십자사 차량으로 삼죽면 이장리 마을입구에 도착한 김씨는 1시간전부터 적십자사의 연락을 받고 마중나와있던 누나 채운씨와 얼싸안았다.

집으로 들어간 김씨는 채운씨의 아들 한문교씨(48ㆍ농업)와 83년작고한 첫째누나 아들 오완식씨(63ㆍ농업ㆍ안성군 이주면 매산리 570)ㆍ동식씨(58)형제 등 조카들과 손자들의 큰절을 받으면서도 믿기지않는 표정이었다. 누나 채운씨가 지난43년 사할린에서 김씨가 찍어보낸 김씨일가족 사진을 장롱깊숙한 곳에서 꺼내놓고 사할린가족의 안부를 묻자 김씨도 여행 가방에서 똑같은 사진을 내놓고 기적같은 상봉을 확인하며 흐느꼈다. 한쌍의 사진은 반세기가 다돼서야 만날수 있었던 7순남매의 기구한 세월을 말해주듯 손때가 묻은채 빛이 바래있었다.

김씨는 하오2시20분께 고향마을인 안성군 고삼면 월향리 월동부락을 방문,백발이 성성한 홍순백씨(75) 등 죽마지우 3명도 만나 꿈같은 시간을 보낸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처형 순선씨(73),막내처제 오선씨(58) 등 20여명과 급히 마련된 잔치상앞에 둘러앉아 상봉의 기쁨을 나눴다.

김씨는 『집사람(오복순ㆍ71)이 멀미가 심해 같이 못왔지만 여러분들을 만난사실을 알면 뛸듯이 기뻐할 것』이라고 『앞으로는 서신왕래를 자주하자』고 말했다.

김씨는 43년2월 사할린 탄광에서 일하던 부친 김응서씨(62년사망)를 찾아 부인과 형제를 데리고 출국했다.

김씨가족은 45년 해방과동시에 귀국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못했다.

김씨는 자식들에게 『언젠가 돌아가야 할 조국이 있으니 우리말과 글을 잊지말라고 말해왔다』며 『7남2녀중 5형제는 취업상 부득이 소련국적을 취득했으나 우리부부와 장남(50ㆍ자동차수리공),4남(43ㆍ철도원) 등은 아직도 엄연히 한국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20여명의 손자,3명의 증손까지둔 김씨는 지난73년 55세때 탄광에서 정년퇴직한 후 결혼한 자식들을 모두 분가시키고 현재 부인과 함께 매월 1백70원(20만원상당)의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고국을 방문하는 사할린동포에게 고향의 친척들을 수소문했으나 과거의 지명인 용인군 고삼면 월향리가 안성군으로 편입돼 「연고자가 없다」는 소식만 들어왔다.

오는 9월4일 사할린으로 돌아갈 예정인 김씨는 『아버지찾아 사할린으로 건너간 25세때부터 한시도 잊지못한 고향땅에서 혈육들과 지내는 지금이 내생애 최고의 행복한때로 생각한다』며 감격해했다.<안성=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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