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의무 인정해도 「형사책임」적용 제한/애매모호한 결정… 경찰신고자 마찰소지헌법재판소가 27일 도로교통법상의 신고의무조항에 대해 위헌의 소지를 인정하면서도 한정합헌결정을 내린 것은 위헌결정을 내릴 경우 파급될 교통질서혼란 등 현실적 요인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이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명백히 침해하고 있지만 현대사회의 복잡한 교통환경을 고려할때 위헌결정은 교통의 마비를 초래해 결국 공공복리를 크게 해치게 된다는 판단이다.
이번사건의 쟁점은 「사고운전자에게는 신고의무가 있고 이를 어겼을 경우 벌금이나 구류에 처한다』는 도로교통법상 규정이 「누구나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평등권에 위배되는지의 여부.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한정합헌의 결론을 내린 것은 순수한 사법적 측면에서 헌법판단을 했다기보다는 현실적인 법적용문제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 합목적적으로 「절충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이 규정은 피해자의 구호나 교통질서회복 등 공공복리의 필요에서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교통사고발생에 따른 신고자의 형사책임과 관련된 선까지는 적용되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는 반드시 사고발생사실을 신고해야 하고 만일 신고치않았을때는 신고불이행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고사실을 신고한 운전자는 현장수습을 나온 교통경찰관에게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진술거부할 수 있고 또 신고사실자체도 교통사고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수사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취지에 의한다면 앞으로 교통사고사건의 수사는 사고운전자의 신고사실과는 별도의 증거조사절차를 거쳐 진행돼야 하고 이 과정에서 피의자의 진술거부권 및 임의동행거부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사고의 객관적 사실조사와 피해자구호,교통질서회복 등 조치이외에 형사소추를 위한 증거조사를 사고현장에서 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결정은 『교통사고 단속을 이유로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기본시각을 깔고 있지만 앞으로 일선 경찰관들이 『형사책임에 관계 있는 사항에 적용되지 않는 한 합헌』이라는 애매모호한 결정을 어떻게 해석,운용할지는 미지수다.
소수의견을 낸 변정수재판관이 『한정합헌결정이란 문제된 법률조항을 엄격하게 해석,적용해 달라는 희망 내지 권고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대로 이번 결정이 현실적 법적용에서 얼마나 지속력을 갖게될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재야법조계에서도 『이번과 같은 한정합헌결정은 극단적으로 말해 「말장난」에 불과하고 현실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없이 오히려 국민의 법생활만 혼란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자 『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기위해서는 현장초동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한 비현실적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앞으로 교통사고처리과정에서 신고자와 경찰관들사이에 상당한 마찰도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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