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으로 지상의 움직임을 소상히 파악하고 광범위한 정보조직으로 세계도처의 군사적 동향을 파악하는 미국이 이번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왜 예견하지 못했느냐는 의문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제기됐다. ◆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스웨덴 국방부는 스칸디나비아지역 일대의 대기가 소련 원자력발전소에서 누출된 것으로 보이는 방사능에 오염됐다고 발표했는데 그때도 같은 의문은 제기됐었다. 70년대초 소련이 새로 백파이어 폭격기를 개발했을 때의 일이다. 펜타곤의 방위정보국(DIA)은 그 신형 폭격기가 무착륙으로 미 본토에까지 날아올 수 있게 설계됐다고 주장했고 CIA는 그러지 않다고 맞섰다. 이런 정보판단상의 이견은 나중에 DIA가 후퇴할 때까지 소련과의 전략무기감축협상에서 미국의 입장을 약화시키기도 했다는 것이 그후의 분석이었다. ◆7월말부터 이라크가 쿠웨이트와의 국경에 병력을 집중시키고 있었을 때 미국 정보기관들이 사태의 진전에 대한 올바른 예측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있다. 그때까지도 미국의 주요 정보분석가들은 이라크가 이란과의 8년 전쟁을 치른 지 얼마안되니까 또다시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기를 꺼려할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니까 서방측의 여러나라들이 거의 이라크의 병력집결을 으름장 정도로 잘못 본 것이다. ◆정확한 예측이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 이유로는 미국의 여러 정보기관들이 각기 따로 움직이며 경쟁을 벌이는 점,그리고 60년대 후반부터 정보기관들이 인공위성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등에 너무 의존한다는 점등이 꼽힌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다시 사람에 의한 자료,판단을 더 중시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모양이다. 역시 사람의 일은 결국 사람이 스스로 해야함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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