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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만,주목되는 「협상」기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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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만,주목되는 「협상」기운(사설)

입력
1990.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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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로만 치닫던 중동사태에 실낱같은 변화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강점후 일촉즉발의 긴장과 무력대치가 계속되어온 끝에 다국적군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무력사용 승인을 고비로 대화의 길이 열린 것이다. 케야르유엔사무총장이 직접 평화적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서 30일 이라크외무장관과의 회담이 열린다.중동사태 여파로 벌써부터 제3차 에너지위기를 걱정하며 주가하락ㆍ경기침체 등 중동몸살을 앓기 시작한 우리로서는 오늘의 실낱같은 변화가 하루빨리 평화적 사태해결로 정착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아직도 무력충돌의 최악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너무나 많다. 비록 처음보다 기세가 좀 누그러졌다고는 하나,후세인은 여전히 쿠웨이트점령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고,반대로 미국을 필두로 한 다국적군은 그동안 무력응징을 위한 시간벌기및 명분갖추기에 최소한의 성공은 거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평화적 해결에 거는 기대는 더욱 간절해진다.

아울러 우리는 동서화해라는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방심과 힘의 공백이 중동사태와 같은 무력적인 분쟁을 야기했고 이같은 침략에 대한 대응과 해결도 단순히 과거와 같은 전략적 차원이 아니라 세계공통의 평화적 차원이라는 분명한 명분과 월등한 힘을 동시에 갖췄을 때 비로소 가능해짐을 실감하게 된다. 냉전체계가 무너진 뒤 새로운 세계질서구축의 생생한 태동을 우리는 지금 겪고있는 셈이다.

사실 오늘의 중동위기가 최악의 사태를 이만큼이라도 피해온 것은 온세계가 유엔의 이름아래 뭉쳐 세계경제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지역에서의 침략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으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실천해온 때문이었다. 유엔 안보리는 그동안 이라크군의 즉각 철군을 촉구하는 결의 660호,경제제재를 결의한 661호,쿠웨이트 합병무효를 선언한 결의 662호,억류 인질석방을 촉구하는 결의 664를 통해 이라크에 압력을 가중시켜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같은 각종 결의의 실천을 위해 필요한 해상봉쇄와 최소한의 무력사용마저 승인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같은 일련의 조치는 아랍의 맹주로 군림하려는 후세인의 입지와 명분을 약화시키는데 크게 기여,사우디침공 등 더 이상의 모험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의 중재에도 응하지 않을수 없도록 유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사태진전에도 불구하고 낙관은 아직 이른것 같다. 후세인이 협상과 무력대결을 병행,외세배격 아랍주의의 불길을 확대시키고 다국적군의 당초 결의가 식어지기를 기다리는 지연전술과 지구전을 펼 수도 있다.

반대로 미국을 위시한 다국적군은 지금이야말로 중동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후세인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시간을 줘 또다른 화근을 키우기보다 하루빨리 응징할수록 이롭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실낱같은 대화의 길이 트인 지금이야말로 전쟁이냐 협상이냐로 갈리는 칼날위에 서 있는것 같은 가파른 고비인 셈이다. 우리는 유엔의 이름아래 다시뭉친 세계의 평화정착 열망이 이 고비를 넘겨 침략자의 야심을 잠재우고 하루속히 협상을 성공시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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