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이라크 모두 외관상 신축성/철군 등 「전제조건」은 강경계속/세계각국 입장ㆍ미의 여론 “희생 극소화” 선회등 변수무력충돌 일보직전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던 미ㆍ이라크간 대결은 미국이 26일 『협상을 환영한다』고 이라크의 「대화」 제의를 간접적으로나마 수용함으로써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브렌트ㆍ스코크로프트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은 『미국은 협상을 환영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미국이 현재 움직이고 있는 조건에 대해서는 협상이 있을 수 없다』고 협상의 한계를 명시했다. 스코크로프트 보좌관의 협상운운은 미ㆍ이라크간의 현안의 중동문제에 대한 정치협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협상노력들에 대한 미국측의 평화적 타결지지의 원칙적인 입장을 시사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의 일련의 평화노력을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부시대통령은 『협상은 봉쇄의 효과가 나타나고 얼마가 지난 뒤에나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이라크측의 협상요구를 일축했었다. 부시대통령이 이제 겨우 시작된 경제봉쇄가 상당히 효과를 거두었다고 판단하는지는 몰라도 당초 보다는 협상반대의 강경일변도에서 다소 신축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비중이 있는 협상으로 기대되는 것은 오는 30일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갖는 케야르 유엔사무총장과 타리크ㆍ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과의 회담.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은 25일 유엔 안보리가 유엔 결의안(경제봉쇄)을 집행하는데 최소한의 힘의 행사가 필요하다는 미국측 제안을 승인한 뒤 이라크측과 직접 중재해 볼 것을 제의했고 이 제의를 이라크측이 선뜻 받아들임으로써 이번 협상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 회담에도 후세인 요르단국왕이 중재를 위해 아랍과 서구 몇몇나라를 순방중이고,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발트하임 오스트리아대통령이 바그다드를 방문,나름대로의 화해주선에 나서고 있다.
후세인국왕과 발트하임 대통령의 「평화사절」 역할은 한편에 연계된 입장이거나 국제적인 영향력으로 보아 크게 기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케야르 유엔 사무총장의 이라크 외무장관과의 회담은 하나의 전기를 이룰 수가 있다.
그러나 성패는 미ㆍ이라크 양측의 현실적 이해관계의 타결 가능성에 달려있다.
이라크의 후세인대통령,아지즈외무장관,마사트 주미대사 등은 『전제조건 없이 협상하겠다』고 말하고 『지금까지 미국이 무조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전제조건 없는 대화」나 「무슨 문제든지 협의할 수 있는 용의」 운운하는 것이 양보를 기대할 수 있는 어떤 시사로 기대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사담ㆍ후세인대통령은 미ㆍ이라크대결로 촉발한 쿠웨이트문제와 관련,『쿠웨이트 철수는 있을 수 없다』고 미국측 요구와 유엔결의안의 핵심을 공식적으로는 거부하고 있다.
미국측이 직접 요구했고 또한 미국의 제안으로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유엔결의안은 ▲쿠웨이트로부터의 철수 ▲쿠웨이트왕정의 복귀 ▲사우디 아라비아 침략금지 ▲외국시민들의 보호 등 4개항이다.
스코크로프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밝혔듯이 이 4개항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부시행정부는 이 4개항을 수락한다는 전제아래 철수시기ㆍ방법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시행정부는 아직도 사담ㆍ후세인이 유엔결의안을 수락할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미 이라크는 상호 대사관이라는 대화의 창을 존속시키고 있다. 미국은 이 창구로부터 미국측의 요구사항 등에 대해 양보를 시사하는 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다.
미 행정부가 사담ㆍ후세인의 기본입장 불변에도 불구하고 협상선호를 표방한 것은 유엔 각국의 지지를 견지,대이라크 고립화에 차질이 없도록 하려는 계산에서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힘만으로는 경제봉쇄의 실효를 거둘 수 없다.
아랍국들 특히 요르단 예멘같은 친이라크 계열의 아랍국들도 유엔결의안 지지를 표명,주종금수 대상품목인 기름에 대해서는 규제를 지켜주고 있다.
부시행정부는 특히 유엔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있는 영ㆍ불ㆍ중ㆍ소 등 4개 상임이사국의 지지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서도 이라크의 후견국 역할을 해온 소련의 협력이 절실하다.
미국은 소련의 협력없이는 유엔무대를 요리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소련은 이라크에 군사고문단을 계약기간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현시점에서도 철수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소련이 『미국이 외교적 노력을 진력해보기도 전에 무력동원을 생각하고 있다』고 협상을 촉구해왔다. 따라서 부시행정부는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의 중재를 지켜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문제는 사담ㆍ후세인의 협상카드인데 후세인이 지난주의 TV 연설에서처럼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 할 경우 협상에 의한 타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언론과 여론들은 후세인의 제거를 요구하면서도 희생의 극소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미 최근들어서는 후세인 제재의 필요성 보다는 제거의 위험성을 부각시키기 시작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일부 국내여론의 무마를 위해서도 일단 협상노력을 성원치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은 후세인 요르단국왕과의 회담에서 이라크측 구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한 바 있다. 사담ㆍ후세인의 협상요구가 세계와 아랍여론을 끌어들이기 위한 단순한 「평화공세」라는 것이 드러나면 미국의 「힘의 공세」가 촉박해질 것 같다.<워싱턴=이재승특파원>워싱턴=이재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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