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10건ㆍ위임 천3백개 대상/민주화ㆍ개발정책 전환에 영향/공무원 사기저하등 역기능 우려도… 중론은 “필연적”건설부 직원들의 집단항명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조용히 논의되던 정부조직 개편문제가 공직사회에서 공공연하게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 각 부처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항명사건의 원인인 정부조직 개편이 왜 거론되고 있으며,그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시기는 언제인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현 조직 개편작업이 모색되기 시작한 때는 6공출범직후. 시대상황이 민주화ㆍ탈권위주의를 지향하고,정책흐름도 개발에서 복지ㆍ배분으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행정도 영향을 받게 된 것.
이런 맥락하에 추진되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작업은 부처간 중복기능ㆍ경합기능의 조정,중앙부처기능의 민간ㆍ지방위임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전정부조직에 대한 개편검토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정부수립후 40년동안 35차례나 이루어진 과거의 정부조직 개편과 비교해볼 때 이번 개편은 내용면에서 규모가 큼과 동시에 체계적이라는 것이 관가의 중론이다.
○부처간 기능조정
부처간 기능이 중복되거나 경합을 벌여 조정대상에 올라 있는 업무는 물관리ㆍ국립공원관리ㆍ한국마사회 운영ㆍ과학연구기관(정부출연) 총괄문제ㆍ석재채취 등 10여건을 넘고 있다.
부처기능 조정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계기는 지난해 수돗물 파동때. 당시 건설부 산하 건설기술연구소가 전국 10개 정수장을 조사한 결과,모든 정수장이 적정수질에 미달했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자 보사부는 즉각 별도의 조사를 실시,『수돗물은 먹을만 하다』는 발표를 조사수치와 함께 내놓았다.
이처럼 정부내 관계부처가 색다른 입장을 보인 이유는 수질측정기관이 일원화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천및 호수(원수)의 수질측정권은 환경처에,댐관리ㆍ상수원 보호구역지정ㆍ정수장 설치기준제정권은 건설부에,정수장의 설치ㆍ운영및 수질관리는 시도에,먹는 수돗물의 수질측정은 보사부에 각각 소관돼 있는 상태에서 부처간 의견일치는 애초부터 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총무처는 지난 6월부터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토,원수→정수장→수돗물→하수종말 처리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수질기준제정ㆍ측정권을 모두 환경처로 일원화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상수원 보호구역지정권도 건설부에서 환경처로 이관,개발보다는 보전쪽에 비중을 둠으로써 앞으로 한강골재 채취도 녹녹치 않을 형국이다.
국립공원관리문제도 현 관할부처인 건설부를 비롯해 내무부 산림청 환경처가 서로 소관을 주장,쟁점사항이 돼 있다. 건설부는 국립공원의 개발차원에서,산림청은 산림보전차원에서,환경처는 환경훼손방지차원에서 목청을 높이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쓰레기로 만신창이가 된 국립공원을 정화하고 또 개발하기 위해서는 행정력을 가진 내무부(시ㆍ도)가 맡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한 상태다.
농림수산부와 체육부가 줄다리기 하고 있는 한국마사회 운영권도 쟁점중의 쟁점. 마사회는 연간 매출액 4천억원,순이익 4백억원,자본금 1천3백억원,직원수 1천여명 등의 큰 단체로 어느 부처라도 산하에 두고 싶어하는 대상이다.
소관부처인 농림수산부는 경마수입으로 축산진흥,농어민자녀 장학사업 등을 위해 「고수」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체육부는 『마사회가 마필개량등 종축업무를 그만둔 상태인 데다 레저스포츠인 경마에 치중하고 있다』며 이관을 요구. 현재 총리실에 보고된 총무처 방안은 「체육부 이관」으로 알려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과학기술처 산하 연구기관은 관할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상공부 체신부 등이 전자통신연구소를,동자부는 전기연구소 등을 달라고 하는 실정에서 대략 『소관을 그대로 두되 필요에 따라 공동활용한다』는 지난 3월의 관계부처 합의가 존속될 전망.
이밖에 도서관기능은 문교부에서 문화부로 이관됐으며 「청소년기능」은 문교부에서 체육부로 소관이 변경됐다. 또한 환경처ㆍ수산청ㆍ항만청 등이 관할권을 내세우는 해양오염관리는 장비ㆍ인원 등을 고려,현행대로 해양경찰대가 맡을 것이 확실시된다.
○권한위임
권한위임은 크게 규제완화ㆍ지방위임ㆍ민간위탁으로 분류될 수 있다. 현재 총무처가 91년까지 완료할 권한위임대상업무는 1천5백51건. 금년초에 위임한 2백건까지 합하면 모두 1천7백51건으로 전체중앙행정업무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90년 하반기에는 규제완화 3백64건,지방위임 88건,민간위탁 43건으로 모두 4백95건이 위임되며 91년에 1천56건의 권한이 바뀐다. 이들 위임업무를 예시한다면,민간위탁의 경우 공산품 수출검사(공업진흥청→수출조합) 소방시설지도(소방서→업종별 협회) 등이고 지방위임은 아파트지구개발계획 승인(건설부→시ㆍ도) 등이다. 규제완화는 중기제작자 등록폐지,건축허가 간소화 등이다.
이러한 권한위탁은 행정민주화ㆍ지방화에 발맞춰 진행되고 있는 만큼 중앙부처는 집행기능을 이관하고 정책기능만 보유한다는 것이 골간이다.
문제된 건설부의 경우만도 60∼70%의 집행업무가 이관되면 소속직원들의 타기관 전출이 대거 이루어질 것이 확실하고 이것이 집단항명을 불러일으켰던 것.
이런 관계로 총무처가 당초 각 부처에 권한위임대상업무를 자체적으로 발굴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그 접수실적은 4백44개 업무에 그쳤다는 후문. 이처럼 자체 권한위임이 답보상태를 계속하자 총무처는 총 1만3천3백57개의 정부기능과 2천1백여개의 법령을 조사해 1천3백여개의 대상업무를 추가로 적시해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위임대상업무를 찾기도 해 권한위임사무에 있어서만은 예외가 통하지 않았다는 것.
○문제점
「2천년대를 향한 전향적 조직개편」이라는 슬로건처럼 부처 기능조정및 권한이양이 순기능만을 창출해내지는 않으리라는 분석이 관계공무원들의 이구동성.
공무원들의 동요,사기저하 등도 역기능의 하나지만 민간이나 지방에 위임한 업무가 과거보다 꼭 잘 처리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도 우려사항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지난 7월 서울시로부터 「택지개발지역내 무허가건물단속권」을 위임받은 경비업체 관계자들이 뇌물수수ㆍ폭력등 혐의로 구속된 사실도 「행정이상의 실현」에 흠집내는 일이다.
그러나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경제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민간ㆍ지방의 자율영역 증대는 필요하며,장기적으로는 적대적 과제인 만큼 조직개편은 몇몇 역기능에 주춤거릴 수는 없다는 점이 중론이다.
주무실무자인 총무처 박명재조직기획과장은 『조직개편은 개인이해차원을 떠나 국가대계를 세운다는 관점에서 각 부처가 임해야만 긍정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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