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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직장인 「이피족」 등장(해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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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직장인 「이피족」 등장(해외경제)

입력
1990.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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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샐러리맨 풍속도가 바뀐다/직장일 뒷전두고 여가만 즐겨/“간부되면 부담” 승진조차 꺼려/65년이후출생 대졸자들… 기성세대 우려미국사회에는 90년대들어 여피족에 이어 이피족(Yiffies)이 등장,샐러리맨의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이피족은 여가를 즐기기 위해 승진조차 마다하며 자신의 행복과 삶의 질만을 고집하고 주택,직업 결혼 등 어떤 속박에도 얽매이기를 싫어하는 20대초반의 신세대 직업인들이다.

이들은 전후 베이비붐이 퇴조하고 연간 출생아수가 4백만명이하로 격감했던 지난 65년이후 출생,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들로 직장생활을 한지 3∼4년이 채 못된 사회초년병들.

이피란 젊고 개인주의적이며 자유분망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이전세대에 비해 사람수가 적다(Young,individualistic,free­minded and few)는 뜻. 맨발에 머리에 꽃을 꽂고 사회를 등진 채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외쳤던 60년대의 히피나 돈버는 것과 건강을 최대목표로 삼는 도시의 전문직장인 여피(Yuppies)와는 또 다르다.

이피족의 주된 관심은 레저 가족관계 여유있는 생활 다양한 체험등이며 직장일은 부차적인 문제여서 회사들은 이들을 다루는데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일리노이대를 졸업한 안젤라ㆍ아찰리티양(25)은 지난 87년 중장비회사인 캐터필라사에 입사,홍보 및 교육업무를 맡고 있다. 그녀는 능력을 인정받아 그동안 간부사원으로 승진시키겠다는 제의를 두차례 받았으나 모두 거절했다.

간부가 되면 부하직원들을 관리하는등 부담이 많아지고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 만족하고 있다는게 거절이유. 물론 나이가 어려 겸손의 뜻으로 사양한 것은 결코 아니다.

『회사에서 하라면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설득하던 선배들에게 그녀는 『나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일축해 버렸다.

안젤라의 개인주의는 비교적 덜 한 편. 아이오와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릭ㆍ와킨스는 지난해 졸업한뒤 1년간 근무하던 A급 투자회사가 승진과 임금인상을 보장하겠다며 붙잡는데도 소형투자회사로 전직해 버렸다. 이유는 단지 골프칠 시간을 벌기위해서. 그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당 40시간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필드에서 소일한다.

이피족은 얼마전까지 풍미하던 일중독자들인 여피족과는 다르다.

기업들이 사원들을 통솔하던 주된 수단인 임금 직위 승진등으로는 이피족을 부려먹을 수 없게 됐다.

그들은 일을 좋아하고 즐기지만 그렇다해서 회사에 충성하거나 자신을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

미시간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린다ㆍ퍼시코양은 지난 87년부터 부친이 30년째 근속하고 있는 포드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더 편한 직장을 찾지 못해 그대로 있을 뿐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충성심에는 관심이 없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 한다.

그들은 세대의 희소성덕에 비교적 직장에서 자리를 빨리 잡지만 조로증세도 보인다.

이피족들은 한곳에 얽매이기를 싫어한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됐고 주택을 구입하기 보다는 미술품이나 스포츠용구를 사들인다.

25세에서 29세까지의 미혼남녀비율이 각각 46%,30%로 지난 70년의 19%,11%보다 크게 늘었다. 또한 이제까지 부르주아의 척도로 여겨지던 주택구입에는 별관심이 없으며 고급승용차나 해변가의 콘도를 스스로 소유하는 것조차도 부담스럽고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이같이 자유분방하게 생활할 수 있는 가장 큰 배경은 높은 교육수준과 20대 연령층이 얇기때문. 그들은 따라서 이전세대들보다 훨씬 빨리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고 이제 더이상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새로운 성취를 이룩하려하지 않을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대부분 데모 한번 하지않고 대학생활을 보냈던 이피족들의 심한 정치불감증에 우려를 표한다.

그들은 워터케이트 사건 석유파동 이란의 미국인 인질사태 등 국난을 체험했지만 실제로 이같은 문제에 대해 별관심이 없고 단지 영화와 비디오 등을 통해 알고 있는 월남전 등을 현대사의 모든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 즉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할뿐 책임감이 없는 세대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같은 이피족의 모습은 이제 미국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전후세대가 물러나고 물질적인 풍요속에서 개인주의가 만개함에 따라 자신만의 행복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신세대의 모습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앞으로 이들이 이끌어나갈 미래의 경제사회의 모습은 어떤것일지 궁금하다.<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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