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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병리 그대로 둘 수 없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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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병리 그대로 둘 수 없다(사설)

입력
1990.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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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충동범죄가 날뛰는 무서운 세상이다. 이제는 공중전화 거는 데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택시 타기도 마찬가지이다. 승객이 돈과 안전과 순결까지 더럽힐 각오 없이는 함부로 탈 수가 없다. 임산부의 경우에는 태아의 무사까지 두루 빌어야 할 지경이 됐다. 어린 녀석이 감히 담배를 청해도 잠자코 건네주고 볼 일이다. 거절했다간 자칫 곤욕을 치른다.공중전화를 빨리 걸라 독촉하는 주부를 찔러 죽인 20대 청년이 TV뉴스에서 내뱉은 말은 어처구니가 없다. 『홧김에 그냥…』이라니 연약한 주부나 아기라는 생각은 놔두고라도 왜 그만한 일에 그런 포악성이 발동돼야 하는지에 대해선 더욱 불가사의하다.

임산부를 폭행하고 돈마저 뺏은 뒤 태연히 술을 마셨다는 택시운전사의 범행당시 협박을 생각하면 누구나 소름이 끼친다. 그 협박은 단한마디­ 『나는 막가는 인생이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그저 마음내키는 대로 그냥 저지르고,막가면 그만이라는 자포자기적 퐁조앞에서 우리는 절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회병리학자나 심리학자들은 이같은 사건들이 날때마다 인명경시풍조와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큰 원인이라고 그럴싸한 진단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절망과 함께 그 치유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같은 풍조속에서 섬뜩하게 감지되는 인간성 해체와 공동사회 해체의 두가지 위기감 때문이다. 부모ㆍ형제ㆍ자매 등 가족은 물론이고 직장과 지역및 국가의식속에 끈끈히 연결되어 있는 사회적 존재가 인간이다. 집단의 구성원인 그런 인간이 남의 사정엔 아랑곳없이 자기 마음내키는 대로 「막간다」는 것은 바로 인간성해체에 다름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충동적 현상이 세상을 수시로 뒤흔들 때 공동사회마저 도덕성 파괴ㆍ불안ㆍ무질서속에 빠지면서 연쇄적으로 해체위기를 맞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병든 세상을 과연 바로잡을 수는 없을까. 원인을 누구나 쉽게 짐작하면서도 오늘의 사회풍조에 비추어 그 길이 너무나 멀고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온갖 악행과 비리의 온상이자 빌미가 되고 있는 황금만능풍조,세찬 현실앞에서 엄격한 가정교육을 포기하다시피한 부모들,본보기를 보이기는커녕 소외계층문제에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가진 자나 지도층,악의 온상이 되고 있는 각종 저질문화나 풍토에 대한 방치,학교교육및 사회교육의 비효율성 등등을 두루 생각하면 누구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다.

우선 당장엔 철저한 단속이라도 펴고 볼 일이다. 하지만 충동범죄나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분노를 터뜨리며 중형을 선고하고 그 범인들을 격리해야 한다는 소리만 앞서는 우리 사회에서 과연 문제가 없는 것인지로 반성할 시점이다. 어찌 보면 「막가는」 행태를 막을 수 있는 1회성 처방이란 있을 수 없다는 우리 모두의 진지한 인식이 문제해결로 가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진정한 관심속의 교육과 교화와 단속,그리고 솔선수범속에서 사회를 이끌며 가치관을 일으켜 세우는 지도력을 펴나가야 하는 멀고도 확실한 길을 택해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하나하나 다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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