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교」외는 임의폐쇄 할 수 없어/외교관 억류,제네바협정 위반/후세인,「치외법권」 건드려 외교적 궁지 자초한 셈이라크가 쿠웨이트주재 외국공관의 폐쇄를 강행함으로써 각국으로부터 국제법 위반이라는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이라크의 해외공관 폐쇄지시는 일촉즉발의 급박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어쩌면 「한가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라크나 미국등 양측 모두가 공관폐쇄 불가나 공관폐쇄 요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있고 또 실제로 이는 국제법상 선전포고와 같은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세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국제법학자들은 이라크가 국가간 관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부분인 외교관 권리에 관한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에 있는 대사관을 폐쇄하려는 시도는 전혀 「법적 타당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외교관에 대한 특권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국가간 관습으로 내려오다가 유엔등의 노력으로 지난 61년 4월 빈에서 「외교관계에 관한 빈조약」이 체결됨으로써 비로소 명문화됐다.
이 조약은 64년 4월 발효됐으며 이에 앞서 63년 「영사업무에 관한 빈 협정」이 체결되었다.
이 조약등에 따르면 외교관은 ▲불가침권과 ▲치외법권을 갖는다.
불가침권은 주재국의 정중한 대우를 받으며 그 의사에 반해 신체ㆍ명예ㆍ관저ㆍ문서의 침해를 받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즉 불가침권은 ▲신체ㆍ명예의 불가침 ▲공관의 불가침 ▲문서의 불가침을 그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584년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에 대한 암살음모에 가담했던 주영스페인대사 멘도사는 퇴거를 요구당했을 뿐이며,1654년 크롬웰의 암살음모에 관련됐던 주영 프랑스대사도 「24시간내 출국」조치를 당했을 뿐이다.
치외법권은 원칙적으로 주재국의 통치권에 복종하지 않는 특권을 말한다.
이는 ▲형사 및 민사재판권과 증언의 면제 ▲경찰권의 면제 ▲과세권의 면제 ▲여행의 자유 ▲통신의 자유 ▲주거의 특권 등으로 구성된다.
이라크는 이러한 외교관의 권리를 명시한 61년과 63년의 빈 협정에 서명한 국가이다.
따라서 이라크의 쿠웨이트 주재 외국공관 철수요구는 빈 협정에 정면위배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왜냐하면 이 협정에 따르면 어떤 국가가 상대국과 국교를 단절하지 않는 한 다른나라의 외교공관을 임의로 폐쇄할 수 없으며 또 주재국은 상대국의 외교관을 「기피인물」로 선언하지 않는 한 그 외교관을 추방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주장은 그러나 현재 그 어느 사항에도 해당되지 않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이라크가 미국인들과 미 외교관들을 억류함으로써 인적ㆍ물적 이동을 보장한 미국과의 상업ㆍ항해조약은 물론 전쟁중 민간인 보호를 명시한 1949년의 제네바 협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라크가 국가안보의 이익을 위해 미국인들을 억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이라크가 미국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라야만 가능하다.
미국도 2차세계대전중 독일인과 일본인을 억류했으며 미 외교관들과의 상호교환이 이루어질 때까지 이들 양국의 외교관들의 통행마저 제한시켰었다.
또 소련은 지난 39∼40년 리투아니아등 발트연안 3개국을 차지하고 난후 이들의 대사관을 폐쇄했으며,나치하의 독일은 지난 38년 오스트리아침공 수일후 오스트리아 주재 외국공관들의 문을 닫아 버렸었다.
하지만 전쟁선포 후에도 제네바협정은 적대국 국민들을 군사적 시설보호를 위해 방패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못박고 있다.
이라크는 23일 하오 9시(이하 현지시간) 24일 자정,24일 상오 6시등 쿠웨이트주재 외국공관의 폐쇄기한을 세번씩이나 연기하면서 시간을 벌고 있는 반면 미국등은 이라크의 구체적인 도발을 은근히 기다리며 속수무책인체 하고 있는 상태다.
막판끝내기를 향해 착실히 힘을 비축했던 양측은 「마지막 한수」를 놓고 상대방의 가슴속을 읽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쟁이란 「법조문」을 따질 만큼 여유있는 노름은 아니다. 하지만 완전한 승자도 패자도 없을 이번 상황에서는 향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국제적인 「정당성」의 확보는 필수적일 것이다.
미국이 유엔으로부터 대이라크 해상봉쇄를 위한 무력사용권을 확보해둔 것도 『미국은 이라크와는 달리 국제관계를 존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심기위함이다.
소련마저도 이라크의 해외공관폐쇄 조치를 규탄하고 나서는 걸 보면 사담ㆍ후세인은 대미 외교전에서 일단 패배한 것이 틀림없다.<이상호기자>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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