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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기금 행방/박영철 경제부 차장대우(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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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기금 행방/박영철 경제부 차장대우(기자의 눈)

입력
1990.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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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페르시아만사태 악화로 국제원유가격이 계속 올라감에 따라 국내유가에 미치는 부담이 커지게 되자 석유사업기금의 적정사용여부가 새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지난 10여년간 모아놓은 기금이 5조원도 넘는데 정부가 그것을 모두 어디다 쓰고 국내유가를 올리려 하느냐는 것.

당초 79년부터 기금징수가 시작된 후 초기에는 기금운용에 별 문제가 없었으나 80년대 후반부터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 연간 8천∼9천억원씩 기금이 모이게 되자 기금운용방식을 둘러싸고 말이 많아지게 되었다.

이에따라 일부에서는 석유사업기금의 상당부분이 집권여당의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허황한 소문이 떠돌기도 했었고 정부당국에서도 여기저기서 이를 좀 「활용」하자고 손을 벌리기도 했으며 지금까지 1조3천억원가량의 자금이 재정에 예탁되어 각종 정부사업에 쓰이기도 했다.

당시 원유가격이 배럴당 10달러이하 수준까지 내려가 있던 시절이라 원유가격이 다시 올라갈 걱정은 전혀 없었으니까 잠시 노는 돈을 유용하게 사용하자는 데 반대할 명분도 별로 없었고 정부로서야 세금을 더 걷지 않고도 연간 1조원이 넘는 돈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으니 꿩먹고 알먹는 셈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행위는 엄격히 말하면 「유가완충용 재원」을 정부가 자의적으로 유용한 것이다.

결국 이같은 정부의 유용은 페만사태로 기름값이 폭등하게 되자 즉각 들통이 나게 되었다.

국제유가가 올랐다 하더라도 이론적으로는 그동안 국민들이 모아놓은 기금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미 사용된 재원을 회수하기가 어려운 형편임이 드러난 것.

따라서 국제유가가 올라가면 별수없이 국내유가를 대폭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기금 여유분을 각종 사업자금으로 「활용」한 것이 잘한 것이냐 못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보는 입장에 따라 찬반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문제에 관해 떳떳이 자기입장을 밝히는 정부관서는 별로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스스로 잘못됐다고 느끼기 때문일까.

원래 「나랏돈」이라는 게 「힘있는 부처에서 먼저 써버리는 게 임자」 인지는 모르지만 이같은 일들이 비단 석유사업기금의 경우에만 한정된 일일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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