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제도의 형평을 기하면서 증세효과를 함께 노리는 「90년 세제개편안」이 25일 정부에 의해 발표되었다.사업소득과 자산소득등 고소득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이 크다고 해서 그간 불만이 있어 오던 것을 시정하는 한편,해마다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세수 확보의 길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세제개편안의 기본 취지라고 할 수 있다.
당초 정부는 금융실명제를 전제한 개혁적인 세제 손질을 약속한 바 있었으나 실명제의 후퇴와 함께 개혁의 정도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으며,지난 88년의 1차개편때보다는 약간 손질의 폭이 넓어졌다고는 하나 기대한 만큼의 큰 폭이 되지 못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봉급생활자의 면세점을 올리고,소득세율을 내리면서 인적 공제및 특별공제액을 인상한 것등은 공평과세에 한발짝 다가선 개편임이 분명하지만 불로호화생활자등을 대상으로 한 소득추계과세제도가 빠져버리고 종교ㆍ학교등 공익법인에 대한 과세강화방침이 상당히 완화된 점 등은 현실적인 고려가 세제개편에 한계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또 특정직종에 대한 비과세제도를 일부만 폐지하는 데 그친 일이라든지,주식양도차익 과세방안을 후퇴시킨 것등도 현실적인 배려에 의한 것이라고 짐작된다.
이번 개편안이 사업,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 것은 사실이나,세원포착의 어려움과 자산평가제의 미흡 때문에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두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며,또 상속ㆍ증여세의 세율조정과 공제한도의 확대는 지금까지의 비현실적 세제를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타당한 조치라고 하더라도 세제를 막기위한 강력한 대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조정의 취지나 목적을 잃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는 이번의 세제개편을 중산층의 세부담 경감을 그 첫째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번의 세제개편은 감세에 보다 증세에 더 역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크게 감세의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닌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내년 세수를 28조원선으로 추정하고 새해 예산안을 편성한 것을 보면,내년의 조세부담률이 올해의 19%보다 높은 20%선에 이를 것이 확실시되는데 이러한 세수규모를 통해서도 세제개편의 숨은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하겠다.
내년부터 폐지키로 한 방위세만 하더라도 국민앞에 약속한 대로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그 상당부분을 세목변경,세율조정 등 갖가지 방법에 의해 계속 징수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주세ㆍ특소세ㆍ지방세ㆍ관세ㆍ교육세 등의 조정을 통해 3조6천억원 내지 4조원에 이를 방위세분 세수중 약 1조원가량만 실제로 폐지하고 나머지 2조6천억내지 3조원은 그대로 징수토록 한다는 것이니,올해 방위세 세수 약 3조원과 별로 큰 차 없는 징수를 하게 되는 셈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중으로 속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정부는 현재 말썽이 많은 부가가치세와 특별소비세등 간접세쪽은 91년에 새로 손질키로 하고 이번 개편에서는 보류하고 말았는데 그 결과 간접세는 제자리에 머물면서 직접세율만 낮추는 격이 되어 현재 45대55인 직간세 비율이 더 벌어지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너무 비중이 높은 간접세가 더욱 비중이 높아지게 되면 저소득층의 세부담의 무게도 그만큼 커지는 꼴이 된다.
재무부도 말하고 있듯이 이번의 세제개편에 의해 단기적으로는 세수 확보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세수가 상당히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정부가 근로자의 세부담 경감을 끝까지 관철시켜주려면 『세금은 경제적 약자에게 전가된다』는 경험에 바탕한 상식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강력한 세정의 뒷받침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