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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의 정보전/유영환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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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의 정보전/유영환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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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상오 9시께 증시객장에는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국경철수설과 함께 동경증시가 반등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함께 전해졌다.이시각 각 언론사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그런데 언론사에 이같은 내용의 외신이 처음으로 타전된 것은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친 지 무려 1시간이나 지난 상오 10시께였다.

철수설은 다소 과장됐지만 증시만큼 정보에 민감한 곳도 없다. 정보가 바로 주식매매로 연결되고 1초만 먼저 알아도 쉽게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항상 라디오를 휴대하고 다니고 신문의 구석구석까지 세심히 읽으며 정보사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증권사 해외사무소 업무의 대부분이 정보수집 활동이다.

지난 5월말에는 정부가 한소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하기 3일전에 증시에는 이미 개최장소까지 정확히 알아 맞힌 설이 나돌았다. 또 김상조 전경북지사가 구속되기 한달전부터 김씨의 재산내역과 함께 김씨가 조만간 모종의 조치를 당할 것이라는 설이 공공연히 나돌아 증시의 정보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같이 증시에는 장세와 직접 관련된 정치 경제 국제정보에서부터 고위층 정치인이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는둥 정치인 경제인은 물론 이들 가족들에 대한 사소한 루머까지 나돌아 주식거래와 함께 정보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호재가 발표되면 장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증시의 정설이다. 왜냐하면 큰손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은 사전에 이미 정보를 입수,팔주식 팔고,살주식 사들여서 발표될 때는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5공시절 정권에 필요한 정보를 생산해 주기도 했던 증시가 올들어 계속된 증시 침체로 「××장관이 구속됐다」는 등의 화풀이식 반정부 루머를 퍼뜨려 얼마전에는 몇몇증권사가 정부로부터 주의를 받는 해프닝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질 정도이다.

그러나 증시가 자체메커니즘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정보에 따라 장세가 춤을 춘다면 결코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증시가 환율 금리 유가 등 경제변수와 함께 경제논리에 의해 자생적으로 움직여야지 정보에만 의존하면 시장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자본시장개방을 얼마 앞두지 않은 지금도 정보나 얼른 입수해 단기차익이나 노리려고 한다면 개방시 우리증시가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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