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각장애자에 빛을”… 아기눈 기증 뜻 전달/“수화ㆍ제3자통한 전달 나중 문제생긴다” 불신/병원 적출거부… 뜻 못이뤄장애인은 사회기여를 하는데도 장애를 받아야하는가. 의사표시가 자유롭지못해 고통속에 살아온 농아자 가정에 덮친 교통사고의 비극은 장애인가장을 두번 울게 만들었다.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고 부인마저 중상을 입는 참변을 당한 농아자 강문영씨(33ㆍ공원ㆍ서울 노원구 공릉동 576의24)는 하나뿐인 아들의 안구를 기증하려 했으나 장애인의 의사표시를 못미더워하는 우리사회의 벽에 부딪쳐 뜻을 이룰수가 없었다.
24일 상오8시45분께 서울 노원구 공릉2동 338 묘동 철도건널목에서 아들을 업은 채 철길을 건너던 선천성 농아자 조봉량씨(25ㆍ여ㆍ공원)가 열차소리를 듣지못한 채 청량리발 춘천행 251 무궁화호열차(기관사 정윤진ㆍ34)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아들 강상영군(2)은 숨지고 조씨는 전치8주의 중상을 입었다.
남편과 함께 맞벌이를 하는 조씨는 아들을 태릉교회 유아원에 맡겨 놓고 봉제공장에 일을하러 가려다가 경고등만 설치돼 있을뿐 차단기가 없는 철도건널목에서 변을 당했다.
종이상자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알게된 남편 강씨는 원자력병원으로 달려가 아들의 죽음을 확인하고 몸부림치며 통곡을 한끝에 상영이의 눈이 신체장애나 불의의 사고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옮겨져 되살아나도록 하기위해 안구은행이 있는 서울대병원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사표시를 정상인처럼 할 수 없는 강씨의 애틋한 마음은 86년부터 강씨를 고용해온 업주 송양우씨(49)와의 수화를 통해 의료진에게 겨우 전달됐다.
그러나 원자력병원에 온 서울대병원 안과전문의들은 안구적출수술을 하지 못한채 사고발생 6시간이 지난 하오2시30분께 돌아가고 말았다.
「제3자를 통해 기증의사를 밝혔고 부모중 한명인 부인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구적출을 했을 경우 문제가 없겠느냐」는 누군가의 지적때문이었다.
의사들이 결정을 못내리고 고민하는 사이 시간이 흘러 상영이의 안구는 이식이 불가능해지고 말았다.
헌안자의 안구는 사망후 6시간이내에 적출,섭씨 4도의 냉장상태로 보존돼야만 48시간이내에 각막이식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씨부부에게 상영이는 유일한 희망이자 자랑이었다. 침을 잘못 맞아 국민학교 1학년때 농아자가 돼버린 강씨는 88년2월 기독교단체가 주관하는 장애인미팅에서 조씨를 만나 결혼,89년1월 부모와 달리 정상적인 아들을 낳고 자신들이 새로 태어난 것같은 기쁨속에 살았다.
3층건물 옥상의 두평반짜리 가건물에 사는 거택보호자이면서도 강씨부부는 월급을 고스란히 저축하면서 상영이의 훌륭한 성장만을 빌어왔다.
사고후 부인을 진료비가 싼 국립의료원으로 옮겨야 할만큼 어려운 살림살이 였지만 강씨부부는 아들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였다.
그러나 그런 상영이는 너무일찍 허망하게 갔다. 서울대병원 의사들과 함께 안구적출수술을 하려 했던 원자력병원 이태원안과과장은 『상영이의 눈으로 다른 장애아의 눈을 뜨게 해주는 것이 가족과 의사들의 희망이었으나 말많은 세상이어서 집도직전 수술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강씨는 안쓰러운 손짓 발짓으로 자신의 슬픈 마음을 주위사람들에게 표시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그 눈물은 강씨 자신과,그의 선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이 사회중 누가 진정한 장애인인가를 묻고있다.<민성기기자>민성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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