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6백이 24일 무너졌다.마지막 기대가 걸렸던 최후의 저지선이 결국은 붕괴돼 버리고 말았다며 많은 사람들이 허탈한 표정들이었다. 증시주변은 물론이고 관청과 회사,식당과 다방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어디에서나 온종일 주식얘기가 화제가 됐고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주식얘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들이었다. 주가지수 6백의 붕괴가 국민적 관심사가 된 듯한 형국이었다. 주식투자하다가 알거지가 됐다는 고지식한 봉급쟁이들 얘기는 벌써 식상하는 화제거리가 된지 오래고 이날 화제의 초점은 6백선 붕괴가 갖는 경제적 의미와 상징성에 관한 것이었다.
주가지수가 6공이전 수준으로 되돌아 갔다는 것,6공들어 3년 가까운 세월동안 우리가 이룩한 경제적 성취가 무엇인가 하는 의문,20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 손실은 어디로 사라졌으며 어떤 호주머니에 흘러들어갔느냐 하는 얘기들이 대부분이었다. 25일로 대통령 임기가 절반을 넘어 통치후반기로 접어드는 것과 관련시켜 경제의 중간평가가 시중에서 이루어지는 듯한 모습과도 같았다.
국제수지는 흑자기반이 무너져 도로 적자를 내기 시작했고,10년여 공을 들여 다져왔던 한자리수 물가의 기반도 흔들거리고 있으며 집값은 두배 세배로 올라 무주택 서민들의 꿈을 깨뜨려 놓았으며 폭등한 전월세값에다가 수박 한덩이에 1만원,갈치 한마리에 5천원,무 한개에 1천원하는 고물가로 살기가 힘들어졌다는 등등의 신랄한 얘기들이 쏟아지면서 이런 모든 경제적 어려움과 시련이 주가폭락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식의 얘기 줄거리들이었다.
올해 상반기중 10%에 육박하는 고율성장을 기록했다는 사실과 2.1%의 사상최저수준의 실업률을 보인 사실,두자리수의 높은 설비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등은 요란한 비판의 소리에 파묻혀 귀에 들리지도 않는 것 같았다. 민주화과정의 거칠고 혼란스러운 전환기에 우리 경제가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킨 것도 사실이다.
벌써 몇해째 계속되고 있는 만성적인 물가불안과 광란적인 부동산투기는 그 대표적인 부작용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여러가지 부작용과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가 금방 어떻게 될 것처럼 위태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다. 공장은 여전히 돌아가고 부도로 넘어지는 기업도 없다. 주식의 실체인 기업이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주식값이 폭락한다는 것은 비정상이다. 경제나 기업이 비정상인 것이 아니라 주가가 비정상인 것이다. 경제가 멀쩡할때도 주가는 얼마든지 잘못 될 수 있다. 돈관리나 증시관련시책의 잘못만으로도 주가는 비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심하게 비뚤어진 주가는 멀쩡한 경제를 해치는 독성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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